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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영 기자의 오후 여섯 詩] 쉼없이 달음박질한 내 젊음에게 찬사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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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디찬 빌딩 숲을
터덜터덜 거닌다

달빛 한 점 짚어먹고
하루를 보낸다

시들한 무청처럼
볼품없는 나지만

힘겨움 참아냈던
내 가슴에게 위로를

쉼없이 달음박질 한
내 젊음에게 찬사를

- 권순철 '퇴근'

서울지하철 2호선 잠실역 스크린도어에 붙어 있는 시 입니다.

서울시 지하철 1~9호선 스크린도어에는 시인, 파출소장, 교사, 목장 주인 등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시민들이 쓴 시가 부착돼 있습니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잠시 동안이나마 시를 접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하네요.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게재된 시를 묶은 책 『행복의 레시피』도 출간되어 있습니다.

며칠 전 밤 10시까지 야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이 시를 봤습니다.
'시들한 무청같은'이라는 구절이 가슴에 닿았습니다. 제 심정이 그랬거든요.
시를 읽으며 '다들 그렇게 사는구나, 나 혼자만 그런 거 아니구나'. 위로가 됐습니다.
일주일을 숨가쁘게 달려 금요일을 맞은 모든 이들에게도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시길.

※송혜영의 '오후 여섯 시(詩)'에서는 이번 주 마감을 하며 느낀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을 혼자 알고있기 아까운 시를 통해 전달합니다.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시 한 편 마주하며 쉬어가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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