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는 충청권 인구 블랙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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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14년간 대전에 살던 이용석(44)씨는 이달 초 세종시로 이사했다. 직장이 있는 홍성까지 출퇴근거리가 가깝고 스마트 스쿨 시스템이 갖춰진 세종시의 교육 여건 등을 고려했다. 스마트 스쿨은 등하교에서 수업까지 학교 생활의 모든 과정이 전자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이씨는 “아직은 정주 여건이 대전보다는 부족하지만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2012년 7월 출범한 세종시가 주변 도시의 인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대전과 충남·충북 등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인구 유출로 고민이 가장 큰 곳은 대전이다. 대전시 인구는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연속 감속했다. 8월부터는 석 달간 매달 1000여 명이 세종시로 거주지를 옮겼다. 지난해 세종으로 이사간 대전시 인구는 4600여 명에 달한다.

 대전시는 2030년까지 7만3000여 명이 세종으로 더 빠져나갈 것으로 보고 지난해 말 인구 관리 대책을 세웠다. 기업 유치를 통해 일자리 10만 개 창출 사업 등을 벌이기로 했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신년사에서 “ 상반기 중 인구 유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청주시 인구는 83만1521명으로 전달(83만2064명)보다 543명 줄었다. 지난해 7월 통합 청주시가 출범한 뒤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세종에서 청주로 전입한 인구는 176명. 반대로 청주에서 세종으로 전출한 인구는 1201명이다. 지난 한 해 세종시민 1405명이 청주로 들어왔지만 반대로 청주시민 4101명이 세종으로 떠났다. 한 해 동안 2696명을 내준 셈이다. 세종을 제외하고 다른 도시와의 전·출입 규모에선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았다.

 청주시는 아파트값 등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청주 지역 아파트값은 최근 몇 년째 오른 데다 전세 물량도 많지 않다. 이 때문에 20~30대 신혼부부나 젊은층이 세종시로 갔다는 분석이다. 세종시의 아파트 분양가는 청주와 비슷하지만 전세가격은 90~100㎡ 아파트를 기준으로 청주시가 세종시에 비해 3000만원 정도 비싸다. 청주 지역 부동산 업계는 호미·방서·비하도시개발지구 등에 아파트가 공급되면 인구 유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주시도 세종시 여파로 인구가 감소 추세다. 2013년 말 11만6369명이던 공주시 인구는 지난해 말 11만3621명으로 2748명이나 줄었다. 반면 세종시 인구는 지난해 12월 15만6125명으로 1년 전(12만2153명)보다 3만3972명 증가했다. 세종시 인구는 올 연말이면 2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종시 첫마을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노건호(46)씨는 “지난해 말 중앙부처 이전이 완료되면서 주거와 교육 환경이 크게 개선되고 있어 세종시 인구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진호·최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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