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롯데홈쇼핑' 50억 쓰는 신동빈 회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신동빈(60·사진) 롯데그룹 회장이 연간 50억원이 투입되는 롯데홈쇼핑의 투명성 강화안을 직접 챙기고 있다. 신 회장이 국내는 물론 일본 롯데의 수장으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납품 비리로 홍역을 치른 롯데홈쇼핑 정상화에 공을 들이며 그룹 내실다지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신 회장은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등 사외 인사로 구성한 롯데홈쇼핑 경영투명성위원회와 간담회를 했다. 이 위원회는 불공정 거래 관행을 모니터링하고 협력사와의 상생 방안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을 듣기 위해 지난해 10월 롯데가 만든 자문기구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롯데홈쇼핑이 경영 투명성 강화와 청렴 실천을 위한 체계적인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기업의 모델을 제시해달라”고 위원들에게 요청했다.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업이 투명경영을 외부 인사에 맡긴 것은 이례적”이라며 “롯데홈쇼핑이 고객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롯데홈쇼핑은 연간 50억원의 운영기금을 조성해 공정거래전문가와 법률전문가로 구성된 경영투명성위원회 상근 사무국을 설치하기로 했다. 사무국은 협력업체와 고객의 불편사항·이의·분쟁을 객관적으로 해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난해 초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이 시간대 배정이나 방송 편의를 봐주고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신 회장은 당시 사건을 보고 받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언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매년 11월에 열던 사장단 회의를 6월에 열고 홈쇼핑 비리에 대해 “그간 온 정성을 다해 쌓아왔던 공든 탑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 사건을 그룹 내 부정과 비리를 발본색원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롯데홈쇼핑은 이후 협력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 받던 샘플을 모두 구매해 사용하도록 하고, 협력사와 업무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을 롯데홈쇼핑이 부담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했다.

구희령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