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강세 여전, 시청률은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5면

누가 뭐래도 방송사들이 가장 신경 쓰는 건 시청률이다. 입으론 아무리 '공익성'을 외쳐도 이 점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방송사를 마냥 비난하기도 힘들다. 부작용도 많지만, 시청률은 시청자의 기호를 말해주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그럼 시청자의 '기호'는 지난 10년간 어떻게 변해 왔을까. 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통해 1995년과 2000년, 2005년 9월의 시청 패턴을 분석해 봤다.

10년 전에도 드라마 강세는 뚜렷했다. 95년 시청률 상위 10위 가운데 드라마는 5~6개를 차지했다. 2000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올해 역시 9월19~25일 기준으로 드라마 6개가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드라마 왕국'의 명성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방송사들이 드라마 주도권을 놓고 혈전을 벌이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절대치로 보면 시청률의 하락세가 뚜렷했다. 일종의 하향 평준화다. 95년 9월 셋째 주, '젊은이의 양지'가 47.8%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바람은 불어도''장희빈''옥이이모' 등이 모두 시청률 30%를 넘겼다. 2000년 같은 기간엔 '태조왕건' '좋은걸 어떡해' '덕이'가 30%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엔 '굳세어라 금순아'만 30% 클럽에 진입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10년 전엔 외화 시리즈와 추석 특집 프로그램이 강세를 보였단 점이다. 추석이 끼었던 주 특선만화 '머털도사'(사진)의 시청률은 25.3%에 달했다. 영화 '도망자'와 '데몰리션맨'도 26~2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반면 올 추석에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만 20.7%를 보였을 뿐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시청률에서 재미를 못봤다. 매년 반복되는 명절형 프로그램에 식상해진 탓일까.

외화시리즈 역시 10년 전엔 화려한 꽃을 피웠다. '판관 포청천'은 25.1%, '칠협오의'는 24.5%의 시청률을 기록했을 정도다. '시사매거진 2580' 등 시사 고발 프로그램도 95년 시청률 20%대를 보였다. 최근 상황과는 다르다.

닐슨미디어리서치측은 "케이블 방송의 부상과 함께 시청 패턴이 변했다"며 "외화 등 특정 장르에 대한 기호는 케이블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