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한국의 맛과 멋 너무 그리워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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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크리스토퍼 우드(사진) ELCA 코리아 사장은 한국이 좋아 한국 근무를 다시하는 외국인 경영자다. 법인장을 또 맡았다. 2000~2002년 한국법인장으로 일했던 그는 2년간 일본 법인장을 거쳤다. 이젠 미국 본사로 갈 수 있었다.그러나 7월에 다시 한국행을 자원했다. 서울 논현동 KBL빌딩 9층에 자리잡은 사무실에 들어서자 그는 "나 한국 좋아서 다시 왔어요"라는 우리말로 기자를 반겼다.ELCA코리아는 미국 에스티로더 그룹의 한국법인으로 에스티 로더.클리닉 등 화장품을 판매한다.

그의 부인은 한국 사람이다. 한국 근무중 만나 결혼해 11개월짜리 딸을 두고 있다. 부인은 미국행을 희망했다고 한다. 그는 "본사에 가면 출장이 잦은 일을 해야해 가족과 많은 시간을 갖기위해 한국을 택했다"며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하는 한 한국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드 사장은 한국이 좋은점으로 세가지를 꼽았다.첫째는 음식. 그는 "음식과 문화는 뗄 수 없는 관계로 음식이 싫은데 그 나라를 좋아할 수 없다" 며 "특히 매운 음식이 좋다"고 말했다. 낙지볶음.불닭.곱창.칼국수 등 좋아하는 음식을 줄줄이 열거했다. 하지만 폭탄주는 싫단다. 이어 "한국사람은 이해하기 쉬워서 좋다"는 알듯말듯한 이유를 들었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하자 '화가 났는지'. '슬픈지'. '기쁜지' 를 금방 가려 낼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일본인은 싫었냐는 물음엔 "같은 아시아지만 한국과 일본은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며"일본인이 싫은 것이 아니라 한국사람이 좋은 것"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한국의 산.강.바다.하늘 등 자연을 사랑한다고 했다. 경영자로서 우드 사장은 '현장'과 '커뮤니케이션'을 가장 중시한다. 그는 한국말로 "자주 혼자 매장에 간다. 그러면 직원들 놀란다.사장님이 혼자 오셨냐고. 그러면 말한다.나는 어린애가 아니다. 혼자 다닐 수 있다"라고 말하며 껄껄 웃었다. 우드 사장은 "외국인 경영자는 한국인보다 더 개방적이어야 직원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며 "직원을 지시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면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현장 직원이 상품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으므로 그들의 의견을 가장 존중한다고 했다. 그는 "명령과 통제가 통하는 조직은 군대밖에 없다"며 "'난 부장이고 넌 대리니 내가 더 똑똑하다'는 식의 생각으로는 회사가 발전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화장품 사업과 관련해 그는 "본사 정책상 매출규모를 밝힐 수 없지만 에스티로더 등 현재의 9개 브랜드 매출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새 브랜드도 들여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캐나다에서 태어난 우드 사장은 외교관이던 아버지를 따라 어려서부터 세계 각국을 돌며 생활했다. 외국어 학습이 취미이자 특기가 됐다. 영어.불어.독일어.이탈리아어는 능숙하고 한국어.일본어.스페인어는 의사 소통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한다.

글=염태정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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