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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콘서트장 참사] 지역축제 '잔치' 만 있고 '안전' 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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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압사 사고로 숨진 황인목군의 어머니가 4일 상주적십자병원 영안실에 아들의 영정이 도착하자 오열하고 있다. 상주=조문규 기자

“상주 참사” 친구의 빈자리
“인규야! 사고 없는 저 세상에서 네 친구들을 생각하며 부디 잘 지내 주렴.” 경북 상주 공연장 참사로 숨진 황인규(12·청동초등 5학년 1반)군의 교실 책상 위에 조화가 놓여 있다. 황군은 사촌형 인목(14)군과 콘서트장에 들어가려다 함께 변을 당했다. 상주=조문규 기자

지방축제가 대형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자동차경주대회.인라인스케이트.자전거행진 등 전문성이 필요한 행사가 많지만 안전대책이 미흡하다. 공무원이나 지역 이벤트사 직원 등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이 진행을 맡아 불안하기 짝이 없다.

◆ 사고 잇따라=광주시 북구청 주관으로 2일 열린 '제4회 광주정신 계승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심모(38)씨는 경기 도중 차량에 치여 머리 등을 다쳤다. 반환점을 돌아 골인점으로 달리던 중 북구 운정동 주룡마을 앞 삼거리에서 갑자기 끼어든 승용차에 치인 것이다. 사고 지역은 차량 통제가 되지 않았다.

9월 4일 경기도 용인 수지체육공원 일대에서 열린 '백옥쌀배 전국인라인마라톤대회'에서는 굴곡이 심한 고갯길 코스에서 노인 등 40여 명이 부상했다. 대회조직위는 부상자들에게 보험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참가비를 환불했다.

부대행사는 특히 사고에 취약했다. 2003년 10월 전주월드컵경기장서 발효식품엑스포 행사의 일환으로 경기장 도로에서 열린 자동차경주대회에서 골인점을 통과한 경주차량이 관중석으로 돌진, 3명이 숨지고 9명이 부상했다. 시속 200㎞ 이상의 초고속 레이스인데도 정식 경기장이 아닌 일반 도로에서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경주대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 아찔한 순간=지난달 25일 '김해가야세계문화축전'사전 행사의 하나로 경남 김해시 김해운동장에서 열린 'Hello Show'콘서트 때도 아찔한 순간이 연출됐다. 하루 전날 밤부터 텐트를 치고 기다리던 극성팬 등 2만여 명이 행사 시작 직전 좁은 통로로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운동장 입구와 주변도로가 인파와 차량이 뒤엉킨 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 대책=전문가들은 단체장들이 임기 내에 업적을 쌓기 위해 치밀한 준비도 없이 '행사 베끼기'를 일삼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라톤 행사는 전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열고 있으나 행사진행은 공무원이나 경험이 부족한 지역 이벤트 회사들이 맡고 있다.

경남경찰청은 연예인 출연 등으로 혼잡이 예상되는 '코리아 드라마 페스티벌 2005'(7일.진주성)와 '제5회 마산 가고파 국화축제'(26일.마산 돝섬) 등의 안전대책을 마련 중이다.

강진권.김상진.장대석 기자<jkkang@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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