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준비하는 한국·유럽] 2. 정보·지식사회 구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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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0면

지난 10년간 일상생활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기술발전은 과연 무엇일까? 인터넷.무선통신 단말기의 획기적 진보와 컴퓨터의 고성능.대중화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 정보통신 단말기의 진보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컴퓨터를 언제 어디서라도 실시간으로 연결함으로써 정보의 흐름에 비약적 발전을 가능하게 했다. 고성능 컴퓨터의 대중화는 개인들의 정보 처리와 보유 능력을 크게 높였다.

이는 인터넷의 진보와 맞물려 정신노동에 대한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획기적인 수단을 제공하였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보혁명이라고 부르는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그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한국과 유럽은 이러한 정보혁명의 지속적 발전과 성숙을 통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경제 성장의 원동력을 마련하는 '정보화 비전'을 가장 중요한 미래 비전으로 제시하였다.

한국.유럽이 추구하는 정보화 비전의 목표는 유비쿼터스 환경의 구축과 이를 바탕으로 한 지식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

유비쿼터스 사회의 정보 교환 범위는 전통적인 개인과 개인의 수준을 뛰어넘는다. 개인-개인, 개인-정보기기, 정보기기-정보기기 사이의 정보교환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면 ▶전송 매체와 정보기기의 디지털화 (Digital Convergence) ▶ 개인.가전기기.가정.빌딩 등 곳곳에 설치된 센서들이 관련 정보를 만들고 (Context Awareness) ▶ 거기에 연결된 네트워크(Sensor Network)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개인의 건강 모니터링, 가전기기의 원격조정, 지능형 빌딩의 실현 등 생활환경이 지능화된다.

고성능 컴퓨터나 칩들이 초고속 인터넷.무선통신과 결합해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 언제 어디서나 컴퓨터의 활용이 가능한 인프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정보처리와 정보저장 능력의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와 사회 인프라 전체를 지능화한다. 이는 나노 기술을 포함한 정보소자의 초소형화.멤스(MEMS), 시스템 온 칩,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주변장치 기술 발전에 힘입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국과 유럽의 유비쿼터스 인프라 위에서 앞으로 국가경쟁력의 핵심이 될 강력한 '지식사회'를 구축하는 것이 보다 궁극적인 목표다. 지식사회는 지식의 창출.축적.관리.활용을 위한 인프라가 과학기술을 근간으로 구축되어 있는 사회를 말한다.

그 사회는 정신 노동을 위주로 한 경제 활동이 중심이다. 지식사회 인프라 구축은 이런 사회에서 개인.조직.사회의 생산성과 서비스 품질을 한 차원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과제다.

미래에는 왕성한 창조적 활동이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될 전망이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나 지적재산의 소유에 경제적 부가가치가 집중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지식사회의 인프라를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필요하다. 자동으로 생성하고 수선도 가능해야 한다.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정보 보안 기술의 뒷받침은 필수다.

한국은 '정보-지식-지능화 사회'의 구현을 비전으로 설정하고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통신''생활환경의 지능화'그리고 '콘텐츠.서비스의 혁신'을 그 주요 발전 방향으로 선정하였다.

특히 상대적으로 취약한 콘텐츠와 서비스 부문을 강화함으로써 지식사회로 향하는 이 분야의 신산업을 창출하려는 것이다. 여기에는 기존 산업의 경우 고효율.고부가가치화를 하는 것도 포함됐다.

우리의 강점인 정보통신 인프라를 확대하면 그 같은 목표의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각 분야의 핵심 기술을 자동차.철강 등 기반 주력산업이나 바이오.나노 등 신기술과 융합하여 새로운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창출하자는 것이다.

유럽의 정보화 비전은 미국 주도에서 벗어나 유럽 중심으로 지식경제의 세계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하여 과학기술 기반 지속 확대, 창의성.벤처정신 활성화, 조직의 혁신 및 역량 강화, 개개인의 신기술 활용 촉진 등을 강조하고 있다.

유럽은 '지식 과학 기술'의 개발과 활용을 통하여 전통적 경제활동에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이는 지식기반 관련 신산업을 창출할 뿐만 아니라 개인.조직.사회의 생산성과 서비스 품질을 일대 혁신할 목적으로 기획됐다.

이를 실현하려면 유비쿼터스 인프라가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 새롭게 주어지는 환경.기술적 기회를 십분 활용할 수 있는 개개인의 역량 배양도 과제다.

이에 따라 '학습조직 (Learning Organization)''학습사회 (Learning Society)'를 만드는 것을 최대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이나 유럽 모두 유비쿼터스 인프라를 이용해 지식사회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는 개인의 능력 배양이 아주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학습하는 조직과 사회의 건설을 중요 과제로 꼽고 있는 것이다.

이석한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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