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굴렁쇠 소년' 연기자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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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연기자 오디션에 합격한 윤태웅씨(오른쪽). 왼쪽 사진은 88서울올림픽 개막축전에서 굴렁쇠를 굴리던 모습.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 축하행사에서 굴렁쇠를 굴려 전 세계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굴렁쇠 소년' 윤태웅씨(24)가 연기자로 변신한다.

그는 지난주 열린 PMC프로덕션(대표 송승환.이광호)의 연기자 오디션에 합격, 연극 무대에 서게 된 것이다. 데뷔 작품은 내년 초 서울 우림청담씨어터에서 공연될 연극 '19 그리고 80'이다. 그는 19세 주인공 역을 맡아 연극배우 박정자씨와 호흡을 맞춘다.

윤씨는 "무대에 서는 게 부담도 되지만 스스로 선택한 길이므로 연극.영화.드라마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88올림픽 때의 경험은 축복받은 일이었지만 모든 사람들이 인간 윤태웅이 아닌 '굴렁쇠 소년'으로만 기억하는 바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당시의 일에 대한 의미를 새삼 깨달으면서 행복감을 느껴 그런 일을 다시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연기자의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88올림픽 이후 각종 CF와 방송 출연 제의가 쏟아졌지만 '굴렁쇠 소년' 이미지가 훼손될까봐 모두 거절해 왔다고 했다.

윤씨는 81년 9월 30일 독일 바덴바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서울올림픽 개최가 확정된 날 태어난 인연으로 88올림픽 개막 축하행사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영광을 누렸다. 태권도 4단인 그는 경기대 체육학과 재학 중 해병대에 입대, 지난해 2월 전역했다. 지난달엔 17년간 간직한 굴렁쇠를 올림픽기념관에 기증했다.

최민우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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