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자! 이제는] 19. '보험사 장애평가' 속 터집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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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오씨는 소비자보호원의 문을 두드렸다. 소보원은 "가해 차량의 수리 견적이 300만원을 초과한 것으로 추정돼 이 사고가 경미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재해장해보험금 전액(6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보험사에 권고했다.

보험사와 가입자 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고객은 "보험사가 가입할 때는 보험금을 쉽게 받을 것처럼 설명해 놓고 정작 보험금을 받으려 하면 갖가지 이유를 대며 지급을 미루기 일쑤"라고 불평한다. 보험사는 "보험금을 과도하게 청구하는 가입자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맞선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사와 가입자가 보험료 지급 등의 이유로 소송까지 가는 건수가 연간 2500~3000건에 달한다.

이렇게 분쟁이 많은 이유는 보험마다 적용하는 장애평가 기준이 제각각이고 감정 의사별로 같은 외상에 대한 평가가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산재보험이나 국가배상 등은 신체 장애 평가가 규정된 19개 법률(근로기준법 등)을 쓰고 있다. 반면 생명보험.장기손해보험 등은 미국의학협회(AMA) 방법을, 자동차보험과 법원 등은 미국 정형외과 의사가 만든 맥브라이드 방법을 활용한다. 표준 기준이 없다 보니 보험별로 보험금 장애 평가가 제각각이다. 지체장애인법에 따라 장애 진단을 받고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요청해도 약관상 장애 등급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퇴짜를 맞기 일쑤다. 여기에 의사별로 동일한 장애에 대한 판정이 큰 차이를 보여 보험 분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의과대에서 장애 평가와 관련된 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교통사고로 디스크 진단을 받은 최모씨는 병원 네 곳에서 장애 감정을 받았지만 감정 결과가 모두 달랐다.

전문가들은 이런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공보험과 민간보험 등에 모두 적용되는 단일 장애평가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선진국처럼 장애평가전문의 자격증제도를 도입해 전문가를 양성하고, 장애 평가 관련 정보를 총괄.관리하는 '신체장애평가기관'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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