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식범 수사에 치중|의문투성이…목동 대낮 주부피살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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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 목동 가정주무 심민자씨(39)의 대낮 살해· 방화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경찰은 범행직후 예금통장·반지·카메라 등 2백여만원어치의 금품이 없어진 점으로 미루어 단순살인강도로 보고 수사를 폈으나 사건발생 3일 만에 심씨의 시동생 이종연씨(39)가 공교롭게도 뚜렷한 이유 없이 투신자살을 기도했고, 없어졌던 카메라·금반지 등 금품이 범행현장에서 다시 발견돼 이 사건이 더욱 미묘해지고 있다.
또 심씨가 피살된 안방에 빈깡통맥주1개, 먹다 남은 약밥 등이 놓여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경찰은 뜨내기강도가 아닌 면식범에 의한 살인가능성에 더욱 초점을 두고 수사중이다.
사건직후 경찰이 강도살인으로 본 것은 최근 피살된 심씨 집 주변 목동일대에서 7∼8건의 대낮강도가 잇달아 발생했기 때문.
그러나 잃어버렸다던 캐논카메라가 건넌방 옷장에서 나오고 예금통장·반지 등이 응접실 소퍼 밑에서 새로 발견돼 없어진 금품은 금반지 몇 개뿐이었다.
또 상오10시쯤에는 어김없이 빨래를 마당에 널던 숨진 심씨가 이날은 마당에 나오지 않았고(이웃 주부 김모씨의 진술) 범행전후 심씨 집을 드나든 인물에 대한 목격자가 전혀 없으며 부엌에 볶다만 멸치가 그대로 있었고 다 지은 밥이 솔에 그냥 남아있는 점등으로 미루어 경찰은 심씨가 맥주· 약밥 등을 대접할만큼 면식이 있는 사람의 범행으로 판정했다.
이밖에 범행직후 수사팀이 집안을 샅샅이 뒤졌는데도 발견할 수 없었던 금품이 뒤늦게 발견된 것은 범인이 범행 후 집안을 드나들면서 금품을 다시 갖다놓은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자아냈다.
숨진 심씨의 시동생 이씨가 투신자살을 기도한 것은 사건발생 3일만인 14일 낮12시20분쯤. 이씨는 『나 죽는다. 이제 마지막』 이란 의미 없는 말을 남기고 3층 옥상에서 뛰어내려 중태에 빠진 것. 이씨는 이날 상오10시쯤에도 같은 장소에서 투신하려다 가족들의 만류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
시동생 이씨는 3형제 중의 막내로 숨진 심씨의 남편이 바로 위 형이다. 이들은 목동일대에서 8대째 살아온 토박이.
토지를 많이 물려받아 개발붐을 타고 어렵지 않게 살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형제간의 우애도 상당히 깊었고 시동생 이씨는 부동산에 손을 대 3층 건물 (1억4천만원 상당) 을 갖는 등 부유했으나 이 건물을 지으면서 2천5백만원의 은행 빚을 져 22평짜리 아파트에 전세 (7백만원) 들어있다.
사건이 나자 이씨는 가족들에게 『죽고만 싶다』는 말을 했고 13일 밤 심씨 집에서 장례식 후 굿을 하자 술을 마신 후 『쓸데없는 짓』이라며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는 것.
이씨는 사건발생당시 자신의 3층 건물에서 줄곧 책을 읽고있었다고 했으나 주변인물들에 대한 경찰조사결과 알리바이가 성립되지 않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이씨 가족들은 이씨가 성격이 곧고 심약하며 평소 결벽증세가 있는 데다 형수 심씨가 비참하게 살해당하자 충격으로 정신착란 증세를 일으켜 자살하려 했던 것 같다고 말해 이 사건의 의문점을 더해주고 있다. <도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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