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지의 장단기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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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4월 들어 국제수지가 호전되고 있는 것을 놓고 곧 어떠한 장기 전망을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지난 l·4분기중 9억1천2백만 달러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여 국제수지가 계속 악화될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주었으나 4월중에는 한때나마 1억9천2백만 달러의 흑자로 돌아섰다.
4월의 경상수지 흑자는 주로 원유가 하락과 수입부진 등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되어 흑자 기조가 자리잡았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수출·해외건설 수입이 나아지고 있다고 하나 흑자발생 요인이 전체적인 국제수지의 축소 조정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앞으로 본격적인 경기회복 과정에 들어설 때, 수입수요의 증가 등이 나타나면 국제수지는 적자로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 경제운용계획상 외자소요액은 경상수지 적자 20억 달러, 원리금 상환 25억 달러, 보유액 증가 등 18억 달러를 충당하기 위해 63억 달러로 책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외채잔액은 82년 말의 3백72억 달러에서 올해는 4백9억 달러로 늘도록 짜여있다.
경상수지 20억 달러나 외채잔액 4백9억 달러는 당초 5차 5개년 계획에 책정된 규모에서 크게 줄어든 것이긴 하다. 이는 국제수지의 호전을 반영해서라기보다는 경제성장율의 하향조정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부터 경제성장률이 계획대로 달성된다면 국제수지 적자규모도 상대적으로 증대될 것이 확실하다.
단기적으로는 국제수지의 기복이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적자폭의 확대가 불가피한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국제수지 동향보다는 장기적인 전망을 중시하고 국제수지의 적자폭 축소, 다시 말하면 외상 부담의 완화에 노력해야한다.
이 기회에 우리는 외채의 내용과 추이를 다시 한번 분석하고 외채를 줄이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5차 5개년 계획이 끝나는 86년까지 우리는 4백65억 달러의 외자를 도입하고 외채잔액은 6백45억 달러가 되도록 계획하고있다.
계획기간중의 소요투자액·국제수지 적자를 보전하려면 매년 외채가 늘어나야 하는 「계획된 외채증가」인 것이다.
무계획한 외자도입으로 외채위기를 겪고 있는 중남미국가 등과는 외채구조의 내용이 본질적으로 다르다.
외채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외채상환비율(debt service ratio=상품·서비스 수출에 대한 중장기 외채상환비율)은 82년의 14.8%에서 86년에는 11.1%로 낮아진다는 것이 「계획된 외채증가」임을 입증하고 있다.
경제성장과 수출증가로 외채부담을 경감토록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86년에는 국내저축율을 30.5%로 높이고 해외저축율은 0%로 만들어 투자재원의 외자의존을 없앨 생각으로 있다.
제6차 계획부터는 외채 원리금 상환에 주력하여 외채규모의 증가 자체도 누그러뜨린다는 뜻이다.
한때 외지는 한국의 외채위기설을 퍼뜨리기도 했지만 우리의 경제규모에 비추어 외채 규모가 위험선에 도달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특히 우리의 외채상환 부담은 원유가의 하락 등으로 상당히 가벼워지고 있는 중이다.
유가하락은 OECD 제국은 물론 한국·브라질·인도 등 비산유 개도국의 경상수지를 호전시킬 요인으로 작용한다.
83년 중 한국의 경상수지 개선효과는 10억 달러라는 계산이 나온바 있다.
이렇게 외채의 내용을 밝혀가다 보면 외채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견해가 나을 수도 있으나 외채자체의 증가추세에 비추어 외채의 축소, 즉 국제수지의 개선노력을 등한히 해도 괜찮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외채부담 경감을 위한 장·단기대책을 세우고 국민이 이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자세가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국제금리의 안정세를 고려, 단기채무의 도입을 억제하고 세계 경기의 회복세에 맞추어 수출 증가를 실현해야 한다.
이것은 극히 기초적인 논리이고, 또 극히 기본적인 명제인 것이다.
우리의 수출 증가율은 80년대에 접어들어 완만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해외시장 수요의 감소에 기인하는 것이나 우리의 내재적인 문제점은 없는 것인지 검토해 볼만하다.
수출업계가 우려하는 것처럼, 수출 드라이브 정책이 미흡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수출에 특혜를 줄 수는 없는 것이지만, 수출지원에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 예컨대 수출금리의 부활 등은 고려해도 좋은 것이 아닐까.
장기적으로는 국내저축의 증대, 그것도 국민의 자발적인 저축 증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의 외채증가는 개발 초기단계의 투자재원 조달, 다음에는 두 차례에 걸친 오일쇼크가 주인이었다.
그러나 이제 국내저축 여력도 충분히 조성되었고 석유수입 대금 압력도 상당히 약화되고 있다. 이때에 국내저축으로 투자 재원을 충당하지 않으면 외채 축소는 실현하기가 어렵다.
한편 경제개발 정책도 방향 전환의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개발인플레이션을 수반한 성장정책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착실한 국내저축을 바탕으로한 투자정책으로 변모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안정 성장정책이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은 그런 뜻에서 반가운 일이다.
87년부터 외채가 줄어드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 외채의 본질을 이해하고 「자신을 갖고 갚는다」는 신념에 달려 있다.
우리의 외채에 대한 지나친 낙관도, 지나친 염려도 떨어버리고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조화시켜 꾸준히 줄여 나가는 작업을 계속해 나가야 된다.
4월의 국제수지 동향은 앞으로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단편적인 지표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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