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생활감정 잘 드러나나 언어구사에 좀더 힘써야|『황토삼대』…메마르고 투박하면서도 단단한 골격 이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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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시조에 관한 이론이나 시조작법이 실제로 시조를 짓는데 꼭 필요하다고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시조를 이해하는데 다소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어 한가지씩 살펴보는 터이다.
모든 예술작품의 소재원은 자연과 인생(체험)과 타작품이다. 동양의 시는 대개 자연과 사물가운데 정적소재를 많이 선택하고 있으며 시조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그것은 동양인의 성정과 사고방식이 자연과의 조화라는 자연, 사상과 관조적인 세계를 구경으로 삼는 시정신에도 연유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문학(시)에 이르러서는 보다 동적·실감적 소재들이 많이 선택되며 또한 사실적인 표현을 얻어 절실한 감성(인식)이 안정된 삶의 형자를 이루고 있음을 뜻한다.
시상의 무리 없는 전개와 맑은 서정이 잔잔히 흐르는 작품이라 하겠다. 『가로수』는 출근길의 정경을 노래한 것으로 생활감정이 잘 드러나있다.
대상을 인식하는 자세가 긍정적이며 가로수를 가족과 비로 비유하여 푸른 소망과 비의 형상과 일치한 형상성의 도출이 재미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그러나 언어의 구사에 좀더 힘써야하리라 생각된다. 『모정』은 어머님을 여윈 공허감과 그리움이 간곡하게 나타난 작품이며 『황토삼대』는 인생을 제재로 삼대의 황토(빈곤)길을 밟은 인생역정을 노래한 시조로 언어가 매우 메마르고 투박하면서도 단단한 골격을 이루고 있다.
진솔한 표현이 공감을사고 있으며 좋은 시어란 미질의 언어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비봉산』은 역사적 사실의 비극성을 진달래 색깔의 피맺힌 아픔으로 환치시킴으로써 함축적 종장을 얻고 있으며 『봄』은 버들개지를 소재로 봄을 노래한 시조다. 물이 오르는 봄과 물오름으로 알아차린 부끄러움의 순진한 심사를 소박하게 표현하고 있다. 우선 틀은 잡힌 듯하니 열심히 노력하기 바란다.
그리고 이번회에는 몇몇 눈에 띄는 작품이 있었으나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선자는 우수한 작품을 고르는 작업을 하는 것이지만 창작 실제에도 도움이 되려고 노력한다. 여러 유형의 작품을 감상해보는 것도 유익하리라 믿어 다양하게 뽑아 보았다.
이번 회의 특징은 심상(혹은 정서)의 색감적 표현이라 할수 있으며 바람직한 기법으로 보인다. <김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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