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죽는 법' 세미나에 인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지난달 29일 열린 한국죽음학회의 첫 월례 포럼에 참석한 각계각층의 사람들은 ‘인간의 죽음과 그 이후’라는 강연을 들으며 죽음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가졌다.

"사람들은 대개 돈 같은 것이 많을수록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죽음의 문턱에 다녀온 사람들은 그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임을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지난달 29일 저녁 연세대 신학관 예배당. '한국인에게 죽음은 무엇인가?-잘 죽는 법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한국죽음학회가 주최한 월례포럼 첫날 강의장은 전국에서 몰려온 각계 각층의 청중 200여 명이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했다.

이날 강의는 학회장인 이화여대 최준식(한국학과) 교수의 '인간의 죽음과 그 이후'에 관한 것이었다. 1시간30분 동안 열심히 메모까지 하며 귀를 기울인 청중 가운데는 비구니, 목사, 천주교 신자 등 다양한 종교인들이 섞여 있었다. 20대 초반의 여대생에서 70대 어르신까지, 세대나 직업을 초월해 '잘 죽는 법'이라는 주제에 대해 공통된 관심을 가진 이들이었다.

박명원(68.경기도 부천)씨는 "중앙일보에 난 월례포럼 공고를 보는 순간 어떻게 삶을 마칠 것이냐는 주제가 가슴에 와 닿았다"며 "이제 내게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쓰며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보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7월에 남편을 폐암으로 잃었다는 주부 원공순(54.서울 화곡동)씨는 "오늘 강의를 들으며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했다"며 눈물을 닦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우울증에 시달리며 자살하고 싶은 충동도 여러 번 느꼈다"며 "앞으론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 남편에게 예쁘게 사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굳은 결심을 보였다.

강의가 끝난 뒤엔 "윤회사상이나 부활 등 죽음에 대한 종교적인 입장은 어떻게 봐야 하나" "우리나라 사람들과 서양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생각은 어떤 차이가 있나" 등에 관한 열띤 토론이 이어지기도 했다.

최준식 학회장은 "100명쯤 올 것으로 예상했다가 강의실까지 바꿨다"며 "잘 죽는 법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본지가 후원하는 이 월례포럼은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 오후 7~9시 연세대 신학관에서 열린다.

10월 포럼은 고양곤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석좌교수의 '노년의 바람직한 죽음과 가족들의 애도 상담에 대하여'라는 주제로 27일 개최된다. 문의 02-2298-2691.

김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