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원 공개 거부 NYT 밀러 기자 석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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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발레리 플레임의 신분 누설 사건인 '리크 게이트'와 관련, 취재원 공개를 거부해 7월 6일 구속됐던 주디스 밀러(57.사진) 뉴욕 타임스 기자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석방됐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밀러 기자가 이날 오후 워싱턴 근교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교도소에서 출소했다고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밀러 기자는 딕 체니 미 부통령의 비서실장인 루이스 리비에게서 법정진술을 해도 된다는 얘기를 듣고 증언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곧바로 패트릭 피츠제럴드 특별검사와 석방 조건에 합의했다. 밀러 기자의 구속 이후 미국에서는 언론의 취재원 보호와 국가 안보, 국민의 알권리 등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밀러와 같이 구속될 뻔했던 시사 주간지 타임의 매튜 쿠퍼 기자는 취재원을 밝히기로 해 구속을 면했다.

밀러가 구속 수감되자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에서 "언론인은 어떤 경우라도 취재원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는 등 여러 언론이 밀러 옹호에 나섰다. 반면 타임은 사내 기자들의 강한 반발에 부닥치는 등 한때 심한 내홍을 겪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플레임의 신분을 언론에 흘린 당사자로 지목된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해임하라는 여론에 한동안 시달려야 했다.

밀러 기자는 2002년 알카에다 테러망과 오사마 빈 라덴에 관한 기사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베테랑 기자다. 같은 해 세균전에 관한 또 다른 기사로 에미상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기사가 결국 오보로 판명나면서 명성에 흠이 가기도 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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