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수의 비즈북스] 괴짜에게 박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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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요즘 경제계의 화두로는 단연 '블루 오션'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너나 할 것 없이 온통 블루 오션 얘기뿐이다. 블루 오션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넓고 푸른 바다다. 누구도 손대지 않은 미지의 신시장이기에 찾기만 제대로 찾으면 그야말로 대박이다. 블루 오션에서 누리는 시장 선점 효과는 기존 시장의 빠듯한 이문에 비길 게 아니다. 빤한 이익을 놓고 처절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레드 오션(붉은 바다, 기존 시장)에서는 희망이 없다. 그러니 다들 레드 오션을 버리고 젖과 꿀이 넘쳐 흐르는 블루 오션을 찾아 나서자고 난리다.

그러나 블루 오션을 도대체 어디서 찾을 것인가. '괴짜의 시대'(라이언 매튜스.와츠 와커 지음, 더난출판)는 주류에서 벗어난 괴짜들과 그들의 튀는 아이디어가 블루 오션의 시발점이라고 말한다. 책의 원제는 'The Deviant's Advantage'다. '일탈자(逸脫者)의 이점(利點)'쯤 된다. 변방의 일탈자들은 사회의 평균적인 사고를 거부하는 사람들이다. 획일화된 일상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분방하고 독창적인 상상에 매료된 사람들이다.

사실 지나온 산업발전의 역사는 이런 괴짜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집요한 천착의 기록이다. 발명왕 에디슨이나 물리학의 원리를 통째로 바꾼 아인슈타인은 어느 모로 봐도 평균인.상식인과 거리가 먼 인물들이다. 그러나 동시대인에게 괴짜 취급을 받았던 일탈자야말로 세상을 바꾼 주역이다. 이들의 창의가 그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블루 오션을 인류에게 열어준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런 괴짜들에 대한 탐구다. 그저 특이한 사람들의 이색적인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괴짜이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캔다. 저자들은 일탈자의 성공과 쇠퇴에도 일정한 패턴과 주기가 있다고 주장한다. 처음에는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았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소수의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시작하고, 이윽고 사회의 주류로 진입한 뒤 대량시장을 창출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때 괴짜만의 전유물이었던 독특한 아이디어나 행태도 일단 사회의 규범으로 자리 잡으면 쇠퇴와 망각의 길로 들어선다.

문제는 괴짜인 것이 블루 오션 창출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혁신적이라고 해서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역사상 수많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사장됐고, 블루 오션을 찾아 떠난 많은 개척자가 중도에 좌초했다. 성공을 보장하는 일탈은 없다. 다만 괴짜들은 오늘도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블루 오션을 찾아 나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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