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이슈] 교사·공무원·군인 꿈꾸는 직장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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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급 공무원시험 응시자는 모두 7만8412명으로 지난해보다 22.7%가 늘었다. 9급(17만8802명)은 지난해보다 10.6%가 많아졌다. 올해 신입 7급.9급 공무원은 각각 118.3대 1과 84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희망 취업 직종에서 처졌던 공무원.군인.교사가 상한가다. 이 직종의 공통점은 다른 직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퇴직 후 받는 연금이 많고, 신분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금융감독원.공기업 등도 직업 안정성이 높아 인기다.

수명은 늘어나는데 정년은커녕 중도에 직장을 그만두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취업 판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취업 알선업체인 스카우트가 최근 일반 기업 직장인 1483명을 대상으로 '이직을 한다면 어떤 직종으로 옮기고 싶은지'를 조사한 결과 교사(23.4%)와 공무원(23.1%)이 1, 2위를 차지했다. 3년 전 같은 조사에선 응답자의 26.2%가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으로 옮기고 싶다고 답했었다.

실제로 일반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의 이직 준비 열풍은 거세다. 지난해 취업 전문업체 잡코리아가 일반 기업체 직원 76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공무원이나 교사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 응답자가 35.8%에 달했다.

한때 외국어학원 등에 다니며 자기 계발에 열을 올렸던 직장인들이 이젠 교사와 공무원이 되기 위해 밤에 학원에 다니며 수능이나 공무원시험에 매달리고 있다.

서울 남부행정고시학원 박경택 실장은 "9급 시험 준비 야간반의 경우 수강생 대부분이 회사원"이라며 "직장인 숫자도 지난해보다 20~30% 늘었다"고 말했다.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이 모이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를 운영하는 정준효씨는 "카페 가입자 7만여 명 중 15% 정도가 직장에 다니며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회원"이라고 말했다. 올해 지방의 한 교육대학에 입학한 최모(30)씨는 "3년 동안 대기업에 다니면서 20여년 일하고 30년을 그냥 먹고 살아야 한다는 점이 걱정됐다"며 "교사가 되면 노후도 보장되고 여가를 즐기며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상수 상무는 "공무원.교사 등은 오래 일할 수 있고, 일의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장점"이라며 "최근 민간 기업들의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젊은 인재들이 대거 공직으로 몰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편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연세대 경제학과 정갑영 교수는 "글로벌 경쟁 시대에 우수한 인재들이 공공 부문에 너무 몰리는 것은 국가 경쟁력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주연.이철재.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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