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적 대화」주목 뭔가 달라질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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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레벨 접촉 계기>
【동경=신성순 특파원】피랍된 중공 민항기의 한국 착륙이라는 우발적 사건은 국교가 없는 한국-중공간 정부레벨의 접촉을 가능케 함으로써 한·중공관계 뿐 아니라 한반도를 중심한 극동정세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소련정부 고관의 방한으로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한반도의 냉전구조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 한-중공간의 접근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으며 앞으로 양측의 태도여하에 따라서는 실질적인 남-북 교차 승인이라는 단계로까지 진전될 가능성마저 없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일본신문들은 전망하고 있다.
일본신문들은 사건 발생이래 줄곧 사건의 경과를 해설을 곁들인 l면 톱 내지 중간 톱으로 크게 보도하면서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중공정부 관리들의 방한은 어디까지나 사건 해결이란 실무적인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일본 외무성은『이번 사건으로 한국-중공간의 기본관계에 변화가 오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일본 신문들은 86년 아시안게임, 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중공과의 관계개선을 희망하는 한국으로서는 이번 사건이 절호의 찬스가 됐다고 지적하고 이를 계기로 적극적인「하이재크·외교」(8일자·동경신문)를 전개함으로써 대 중공 접근에 실마리를 마련했다고 논평했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특히 주목을 끈 것은 우선 국교관계가 없는 양국이 제3국을 통하지 않고 직접교섭을 벌인 점이다.
둘째로 주목을 끈 것은 양쪽이 서로 상대방을 정식 명칭으로 불렀다는 점이다.
이제까지 중공은 한국을 남조선으로, 한국도 상대방에 대해 중공이라는 명칭을 썼다.
남-북한 교차승인 문제 등이 거론되고 있는 시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할 수 있다.
세 째는 사건의 신속한 처리다.
이같은 빠른 해결에 일본신문들은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국제조약과 인도적 배려에 바탕을 둔 한국 측의 이성적인 조치와 이번 사건이 자국 내에서 정치문제로 확대될 것을 원치 않는 중공의 입장이 조기 해결에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북한 불만 표시 곤란>
이번 사건 처리과정이나 내용에 대해 일본전문가들은 한국, 중공과 각각 일정한 관계를 갖고 있는데 및 북한으로서도 내심이야 어떻든 표면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납치범들을 한국에서 재판하는 경우 중공은 방청문제 등 이 사건 관계만으로도 양국의 접촉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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