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배우는 여유도… | 권총 쏘며 조종실 난입…기체 급강하 | 귀국한 일인 승객 3명이 말하는 피납 경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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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동경=신성순 특파원】강제 납치된 중공민항기에 탑승했던 일본인 승객 3명이 6일 하오 7시 55분 (한국 시간) 일본항공(JAL) 962편으로 오오사까(대판)공항에 무사히 도착, 기다리던 가족품에 안겼다.
중공 민항기에 탔던 세 사람은 북구주「기명혼성합창단」의 중공·대련 공연을 협의하기 위해 중공을 방문했던 「미야께」(삼택요시에·여·56·회사원·북구주시소창북구대문)씨, 「마끼노」(목야미등리·여·30·국민학교 교사·부강현안수군안수정중산)씨, 그리고 이들이 통역으로 태동했던 일-중여행사 관서지사원「쓰지다」(십전순일·남·32·대판부팔미시전정중 4의 141)씨.
이들이 털어논 납치경위 및 기내에서 겪었던 공포의 순간을 옮긴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비행기가 심양공항을 이륙한 지 45분 후인 5일 상오 11시 반쯤이었다.
앞에서 4번째줄 창가로부터 「마끼노」 「미야께」 「쓰지다」의 순서로 앉아 있었다.
그건데 좌석 뒤쪽에서 중국인 청년 수명이 권총을 꺼내들고 조종실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쓰지다」씨는 권총이 은색이어서 장난감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총성이 울리고 청년들이 조종실로 밀려들어가면서 기체가 급강하하고 좌우로 마구 흔들렸다.
「쓰지다」씨는 이때 『추락하는 줄만 알았다』고 말했다.
곧이어 조종실로부터 피투성이가 된 승무원이 뛰쳐나와 이들 일본인 3명이 앉아 있는 좌석까지 와서 쓰러졌다.
「쓰지다」씨가 『하이재크다』라고 외쳤다.
「미야께」씨는 항공기 사정에 밝은 「쓰지다」씨의 고함소리를 듣는 순간 『비행기가 그대로 폭발하거나 추락하는가 보다』고 생각하고 살아 있는 심정이 아니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털어놓았다.
납치범들은 승객들에게는 난폭하지 않았으며 어린애에게 기내식을 주는 등 친절한 일면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공포에 질린 세 사람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두려움에 떨며 납치범들의 움직임을 지켜봤다.
낮 12시 반쯤 비행기가 착륙 태세를 보였으며 평양인 듯한 공항이 보였다. 그러나 비행기는 그대로 다시 상승했다.
2시쯤 기체좌측에 전투기가 접근해 왔으며 양쪽에 전투기의 엄호를 받으며 한국 모 공군기지에 착륙했다.
이들 일본인 세 명과 함께 동행했던 중국인 남자가 용기를 내 납치범들에게 접근, 『목적이 무엇이냐. 너희들이 무언가 잘 못하고 있다』고 설득했으나 소용없었다.
「미야께」씨는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어쩌나 하고 조마조마했다고 아슬아슬했던 당시의 기분을 전했다.
이들의 눈에 비친 주모자들은 중공 청년들로서는 드물게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 사람도 있어 이상하다는 느낌을 주었으며 출발지인 심양공항에서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등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사고 후에는 일체 승객들에게 설명이나 성명을 읽은 일이 없어 무슨 목적으로 이런 짓을 했는지 전혀 알길이 없었다는 것.
비행기가 불시착한 한국의 모 공군기지에서 납치범들은 기체에 접근한 미군 병사와 중국어로 얘기했으며 이때 「쓰지다」씨는 이들이 『한국주재 자유중국 대사를 불러 달라』든가 『부상자가 있으니 병원에 옮겨달라』는 등의 말을 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이 비행기에서 석방된 것은 착륙 후 6시간이 지난 하오 8시 이후.
공군기지에서 호텔로 가는 버스에서 그때까지 계속 침묵을 지켜온 중공 탐승객들이 얘기를 시작했으며 이들은 『왜 이런 일을 일으켰는가』고 주모자들을 비난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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