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지분 13% 팔아서 정몽구 부자 '일감 몰아주기' 해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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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77)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45)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그룹 내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 지분 13%를 매각하기로 했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원천적으로 벗어나기 위한 조치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주식 502만2170주(13.39%)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팔기로 하고,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자 모집에 나섰다. 매각 주관사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단독 선정됐다. 매각 가격은 이날 현대글로비스 종가(30만원)보다 7.5~12% 할인한 26만4000~27만7500원이다.

 이번에 나오는 현대글로비스 물량은 1조5000억원어치다. 이번 블록딜이 성공적으로 끝날 경우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가진 글로비스 지분은 30% 미만으로 줄어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한 규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현재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11.51%(431만7000주), 정 부회장은 31.88%(1195만4460주) 등 두 사람이 전체 지분의 43.39%(1627만1460주)를 갖고 있다. 블록딜이 성사될 경우 정 회장은 글로비스 지분의 6.71%, 정 부회장은 23.28%를 보유하게 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 부자의 현대글로비스 주식 매각은 시점 상으로 볼 때 지배 구조 개편을 위한 실탄 마련용이라기 보다는 공정거래법 상 계열사 지분 30% 규제를 충족시켜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정부는 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인 대기업 계열사를 대상으로 부당 내부거래 관련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비상장 계열사인 엠코는 지난해 1월까지 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35.6%(정의선 부회장 25.6%, 정몽구 회장 10%)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었으나, 현대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을 통해 지분율을 16.4%로 낮춰 규제에서 벗어나게 됐다. 

 정 회장은 이전에도 계열사 주식을 매각해 사회 공헌에 나선 바 있다. 지난 2013년 7월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주식 6500억원과 이노션 주식 2000억원 등 총 8500억원의 사재를 ‘현대차 정몽구 재단’에 출연했다. 2006년 당시 정 회장이 “글로비스 주식 2250만주를 포함해 1조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지켰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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