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진 기자의 맛난 만남] 석 달 만에 16kg뺀 한나라당 박진 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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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진 의원과 부인 조윤희씨 이야기다. 이 '청바지 사건'을 계기로 지난 6월, 박 의원은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그것도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게재한 칼럼에서 "94kg인 체중을 80kg 이하로 줄이겠다"고 공개 선언을 했다.

그리고 석 달이 지난 9월 현재 그의 체중은 78kg. 허리둘레도 20년 전 사이즈인 32인치로 돌아왔다. 비만클리닉의 담당 의사도 "이런 극적인 성공은 처음 본다"고 놀라더란다.

예전의 절반 크기가 된 그의 얼굴을 마주보고 앉자, "도대체 어떻게?"란 질문이 먼저 나온다. 식사를 주문하다 말고, 그가 양복 안주머니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낸다. 어른 손 크기만 한 수첩. 촘촘한 글씨가 빼곡하다. '7월 20일. 체중 84kg. 남산순환로 걷기 1시간. 아침, 시리얼.두유.사과 한쪽. 점심, 야채 샐러드와 대구 구이 한 토막. 저녁, 생선회 다섯 점, 묵무침, 과일화채'. 비만과의 전쟁을 기록한 '난중일기'란다.

"하루 섭취 음식과 운동량을 매일 수첩에 적었다. 한 끼 열량 350kcal, 하루 1시간 이상 운동을 꾸준히 지켰고, 술은 맥주 한 잔 정도로 줄였다."

노릇하게 구워낸 생선 접시가 식탁 중앙에 놓인다. 고등어.꽁치.삼치 등 가을 맛이 오른 등푸른 생선들이다. 여기에 생미역과 다시마 무침을 더하고 밥공기는 3분의 1만 채운다. 추가로 주문한 생두부에 양념장을 얹고 나자, "'돌고래 다이어트 식단'이 완성됐다"며 두 손을 펴보인다. 돌고래는 그의 다이어트 컨셉트. 등푸른 생선과 해조류 등 청정 음식만 먹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돌고래의 습성을 닮으면 살이 찔 리가 없다는 것이다.

평소 육류와 기름진 중국음식을 즐기고 폭탄주 15잔은 거뜬히 마셨더랬다. 달콤한 디저트류를 좋아하던 그가 생일이었던 지난 16일에는 촛불만 끄고 케이크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

그의 다이어트는 금세 화제가 됐다. "국회의원 한 사람의 몸무게가 이렇게까지 관심을 끌 줄은 몰랐다"며 웃는다. 홈페이지에 '다이어트 실황중계'를 하는 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지금 몇 kg이냐, 목표까지 얼마나 남았느냐"고 묻더란다. 혼자보다는 여럿이 낫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친목모임 '폭소(폭탄주 소탕) 클럽'에는 여야의원 43명이 동참했다. 결론적으로 그런 관심들이 다이어트 성공의 가장 큰 비결이 됐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 간절해질 때면, 공개 다이어트에서 실패할 경우의 망신을 생각하며 꾹 참았다.

이런 노력을 '차기 서울시장 출마를 위한 이미지 메이킹'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더라고 운을 던졌다. 젓가락으로 생선 살을 발라내며 그는 그냥 슬쩍 웃는다. 만나기 전, 한나라당 출입기자에게 '국회의원 박진'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일 잘하고 놀기도 잘하며 가정적이고 큰 꿈을 가진 외교통"이라는 평이 돌아왔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하버드.옥스퍼드 대학에서 석.박사를 받았다. 외무고시(11기) 합격, 국제 변호사, 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청와대 공보비서관을 거쳐 16, 17대 국회의원이 됐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파워 엘리트'.

그런 그가 "다이어트와 정치, 인생에서 성공하는 길은 모두 비슷하다"고 사뭇 진지하게 설명한다. 우선 주변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특히 가족들과 함께 나눌수록 가정의 분위기가 따뜻해진다. 10인치가 줄어든 양복을 수선하는 데 8만원이나 든다며 불평을 하는 부인의 얼굴이 미소로 환하다. 매일 아침 함께 남산로를 달리며 대화를 나눈 덕에 아직 소녀인 줄 알았던 딸의 성장을 알게 됐다. 매주 줄어드는 아버지의 체중을 확인한 대학생 아들은 "나도 한번 목표를 정하면 끝까지 노력하는 사람이 되겠다"는 철든 소리를 했단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은 '꼼수'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 "다이어트 약을 먹거나 지방 흡입 수술을 받은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공중 목욕탕에서 수술 자국이 없나 배를 만져보는 사람도 있었다. 대부분 다이어트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은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정석대로 최선을 다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는 것을."

박진 의원이 소개한 자갈치 생선구이 전문점
점심시간마다 사람들이 줄지어 섰기에 호기심에 처음 찾은 식당이란다. 담백한 생선 맛에 반해 단골이 됐다. 삼치·꽁치·갈치·고등어·조기등 다양한 생선구이 모둠이 1만5000~3만5000원 선. 가회동 재동초등학교 건너편. 02-744-5557.

글=신은진 기자<nadie@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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