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 선거 벌써 후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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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지역에서 8년간 시립합창단 지휘를 맡다 최근 모 대학 겸임교수로 옮긴 김모(47)씨는 요즘 시의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내년부터 지방의원도 보수를 받는 만큼 전문성이 필요하다"며 "문화예술계 출신 의원도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지방의원이 겸직도 가능해 매력 있는 직업 아니냐"고 덧붙였다.

박모(46.공무원.광주광역시)씨는 고교 졸업 후 26년 만에 처음 전화 연락을 받고 만난 고교 동창생 전모(45.광고대행업)씨로부터 며칠 전 융숭한 저녁 대접을 받았다.

낯익은 동창생 3명과 함께 나온 전씨는 그 자리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구의원에 출마할 예정이니 좀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전씨는 "불경기로 사업이 시원찮아 5000여만원의 연봉이 보장되는 기초의원에 도전키로 했다"며 "이를 위해 최근 주민등록도 서울에서 광주로 옮겼다"고 말했다.

내년 5월 31일 치러지는 제4회 지방선거가 8개월여나 남았지만 지방은 벌써 선거 열기가 뜨겁다.

특히 무보수에 가까웠던 지방의원이 유급제(기초 5000만원, 광역 7000만원 선)로 바뀌면서 그동안 지방정치에 무관심했던 사람들까지 너도나도 참여, 조기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공무원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내년 지방선거는 유례없는 과열과 혼탁, 행정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선에 대비한 '1회용 당원'도 급증하고 있다. 기초의원부터 단체장 예비 후보까지 이름.주민등록번호 등을 도용하고 당비를 출마 예정자가 대납하는 편법도 판을 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12월 7만7000명이던 기간당원이 9월 28일 현재 60만 명으로 8배, 한나라당은 같은 기간 3800명이던 책임당원이 35만 명으로 100배 가까이 늘었다.

전북도의 경우 열린우리당 기간당원이 지난해 12월 1만여 명에서 최근 12만여 명으로 늘었다. 이 중 지난달 30, 31일 이틀 동안 3만여 장의 입당원서가 무더기로 접수됐다.

전북의 인구(191만여 명)는 전국민(4830만여 명)의 4%가 안 되는 데, 열린우리당 기간당원은 전체(60만 명)의 20%나 차지하고 있다. 경남도도 4월 1000명에 불과했던 한나라당 책임당원이 지난달 말 현재 3만3804명으로 무려 30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지방의원 및 단체장 출마를 노린 고위 공직자의 공직 사퇴가 잇따르고 있다. 예전 선거에서는 정당 공천을 받기 위해 물밑에서 움직이다 선거일을 4~5개월 앞두고 공개적으로 활동하던 것과 다른 양상이다.

강원도의 경우 4명의 간부가 사퇴한 데 이어 2명이 다음 달 초 사퇴할 예정이고, 또 다른 2명이 사퇴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올 1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총 635건의 사전선거운동 행위를 적발했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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