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웠던 관과 현의 밸런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미국의 국립교향악단, 소련에서 망명한 첼리스트출신의 지휘자, 전 프로그램이 러시아의 작품, 조영창의 성장도, 이러한 갖가지 관심이 사전에 내머리를 사로잡고 있었던 이번 워싱턴 내셔널 오키스트러의 내한연주는 한마디로 다이내믹의 한계측정과 같은 연주였다.
벽두의 애국가부터 금관의 코랄이 주축을 이루는 설계가 이 악단의 컬러를 진하게 제시하고 있었다. 간결한구성의 『고전교향곡』조차도 이러한 음량공세의 연출이 가해져있음은 적이 저항감을 안겨주었다.「프로코피에프」의.『고전교향곡』은 물론, 러시아의 작품이지만 곡명이 뜻하는것처럼 고전양식의 재현이 이작품의 의도이기 때문에 이에맞는 연주양식을 택해야한다.
「로스트로포비치」는 현을 한사람도 감소시키지않고 목관8, 금관4, 타악기1에 대해서 현쪽은 무려 62명의 전원을 기용했다. 이러한 편성에서 현과 관의 밸런스를 기대하기는 어려웠고, 간결한 『고전…』이 현일변도와 다이내믹한 『고전』으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이러한 의도에서 볼때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5번』은 단연 그 진가를 발휘할수있는 곡이다. 강약의 기복이 심하고 금관이 마음놓고 울려댈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어서 군데군데 치졸성을 면치못하는 작품 자체의 약점도 이로서 보완할수있는 기회를 부여하고있다.
이런 대목에서는 「로스트로포비치」의 강점이 발휘되지만 거칠고 무절제한 금관의 팡파르는 전체의 구성을 허무러 뜨리는 결과밖에 낳지 못했다. 아무리 슬라브적인 토착성을 강조하기위한 것일지라도 세련된 음악성을 바탕으로 설계되어야하지 않을까?
앙코르를 들려준 『다프니스와 크로에』도 프랑스의 세련된 라벨대신에 황막한 러시아의 대지에서 포효하는 라벨이 거기 있었다. 그러나 청중을 즐겁게해야 한다는것이 연주가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면 「로스트로포비치」는 청중을 흥분시켜주기에 족한 능력과 요령을 가지고 있었다. 첼리스트로서의 커리어를 염두에 두지않고도 말이다.
이날의 스타는 오히려 조영창이었다. 기술을 극복한 순수한 음악성이라는 한마디면 족할것같다. 투명한 피아니시모와 진한 피아니시모를 구별할줄 안다는것만으로도 그의 성장은 놀라운것이었다.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