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남의 소설 『영웅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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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달의 소설중에는 최일남씨의 『영웅들』 (문예중앙 봄호), 홍성원씨의 『공손한 폭력』 (현대문학), 송춘섭씨의 『귀』(문예중앙 봄호), 박시정씨의 『꺾꽂이』(한국문학)등이 평론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최일남씨의 『영웅들』은 역사적사회적 격동기에 자신의 행동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잘알지 못하면서도 행동만은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허무적인 눈초리로 바라본 것이다.
해방을 맞으면서 시골 조그만도시에 있는 세사람의 교사가 급격한 변화의 물결에 뒤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무언가를 하지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하고 문화단체를 만든다.
해방이라는 변화가 없었다면 조용하게 교사로 지냈을 이들이 문화단체를 만든것은 격변기 상황에 대한 불안과 격변기속에 무언가를 얻을수 있다는 기대등 엇갈린 심정의 발로다. 『영웅들』속의 일본어를 가르쳤던 교사의 행동은 이같은 사실을 분명히 해준다. 그는 먹고 살기위하여 일본어교사를 했지만 해방이 된 현실속에 불안을 느낀다.
그러면서 그는 세상이 혼란에 빠지자 죄책감을 털어버리고 문화단체를 만들어서 그지방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립해 보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다.
그들의 얄팍한 심성에 의해 만들어진 문화단체는 결국 전국적인 큰 흐름인 좌·우의 이데올로기의 축소관이 되고 세교사는그 지엽말단으로 내부분열과 대립을 일으킨 끝에 문화단체는 물거품으로 와해되고 만다.
변혁기의 큰 흐름에 부심한 역사진전에 힘이 되지못한 부류들의 허망한 열정이다.
홍성원씨의 『공손한 폭력』에서는 종업원들의 임금을 주지않고 부도를 낸 사장의 죽음이 다루어졌다.
낚시터에서의 사장의 죽음은 서울을 떠돌다 내려온 한 젊은이에 의한 것임이 소설속에 암시되어 있다.
박시정씨의 『꺾꽂이』는 미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노부부를 비롯한 한국인일가의 모습을 담고 있다.
관습과 사고의 엄청난 차이가 리얼하게 부각되며 이민에 대한 문제제시가 이루어졌다.
송춘섭씨의 『귀』는 신인작가의 작품다운 새로움을 표방한 소설이다. 구성도, 주제도, 스토리도 없다.
주인공 「나」의 폐쇄된 생활이 귀를 통해 들려오는 소리와 연결된다. <도움말 주신분="김윤식·권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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