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점 인질들 구한 무슬림 영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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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유대계 식료품점의 무슬림 영웅’. 서아프리카 국가인 말리로부터 프랑스로 이주한 라사나 바틸리(24·사진)를 칭하는 말이다. 무슬림인 그는 유대계 식료품점의 직원으로 일한다. 지난 9일 아메디 쿨리발리가 인질극을 벌인 바로 그곳이다. 쿨리발리가 식료품점을 습격한 직후 몇몇 쇼핑객이 지하로 대피했다. 바틸리는 불을 끄고 냉장고로 이들을 안내했다. 냉장고 전원도 껐다. 그러곤 “조용히 있어라. 나는 다시 나가 보겠다”고 했다.  그는 후에 화물 엘리베이터로 탈출했다. 당국은 처음엔 그를 쿨리발리의 공범으로 여겼다. 그를 바닥에 엎드리게 했고 수갑도 채웠다. 경찰이 자신들이 실수했다는 걸 아는 데 90분이 걸렸다. 그는 혐의를 벗은 후 경찰에게 식료품점의 내부 구조를 설명했다. 또 자신이 숨겨준 사람들이 있는 곳을 알려줬다.   인질들이 풀려났을 때 몇몇은 그에게 감사의 악수를 청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의 페이스북에도 상찬의 글이 넘쳐났다. 일부에선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해리포터의 작가인 J K 롤링은 ‘그의 용기 있 는 행동은 인간애가 뭔지 일깨워준다’는 글을 남겼다.  한편 쿠아치 형제에 의해 머리에 총격을 당해 숨진 경찰인 아메드 마라베의 가족들은 이날 “그는 (무슬림으로서) 아메드 마라베란 이름을 자랑스러워했을 뿐만 아니라 자유·평등·박애란 공화국의 가치를 수호한다는 데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미디어스파이더] 프랑스 언론사 테러 집중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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