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남자를 이긴 최초의 여자, 루이나이웨이 9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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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예선결승 하이라이트>
○허영호 4단(한국) ● 芮乃偉9단(한국)

어떤 핸디캡도 없이 남자 최정상급과 맞대결해 승리한 여성이 누가 있을까. 나는 바둑의 루이나이웨이(芮乃偉) 9단이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어떤 종목에서도 이런 신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바둑에서도 루이 9단 이전에는 여성은 남성에게 먼 차이로 뒤지고 있었고 여성들도 그게 운명이거니 믿고 있었다. 하지만 루이 9단이 2000년이 막 시작되던 그 무렵, 이창호 9단과 조훈현 9단을 연파하고 국수 타이틀을 차지하면서 기존의 통념은 무너졌다. 그것도 대회 출전 길이 막힌 채 10년을 국제 미아로 보낸 뒤 37세 때 이룬 업적이라는 점이 더 놀랍다.

이후 세계의 여자 기사들은 분발하게 되었고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장면1>=잔잔한 국면이다. 루이 9단도 71의 요소를 차지하며 대마를 안정시킨다. 그러나 이때 허영호 4단이 72의 맥을 짚어 74로 끊으면서 바둑이 급류를 타게 된다. 백의 의도는 A로 잡으면 B로 두드려 선수로 중앙을 두텁게 하려는 것. 그러나 성급했다. 차라리 손 빼고 다른 곳에 두는 게 나았다. 흑에 백의 의표를 찌르는 놀라운 한 수가 준비돼 있었다.

<장면2>=75로 가만히 뻗는 수가 상상하기 힘든 수였다. 76으로 잡을 때 77로 하나 기어들어가는 것도 날카로운 수순. 78에서 비로소 79 몬다. 이 수에 허영호 4단은 응수를 잃은 채 하염없이 판을 바라본다. '참고도' 백 1로 잇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흑 2, 4로 도배당해 큰 세력을 내준다. 게다가 흑에 선수를 내주게 돼 그냥 지게 된다.

위기에 빠진 신예 강호 허영호 4단의 대응 방법은 무엇일까.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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