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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코·클럽』에 왜 몰려가나|머리식힐.마땅한 장소 없고 이성교제·술·담배 자유로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대구의 디스코클럽에서 청소년들이 밤새워 춤을추다 화재로 25명이 때죽음을 당하는 참사가 일어났읍니다.
청소년들이 디스코 클럽에 왜 가며, 어떤 탈선의 여지가 있는지. 과연 대책은 무엇인지 얘기를 나눠볼까요. 우선 디스코클럽에 갔던 경험부터 솔직히 털어놓아봅시다.
▲김영=대학 1학년때 8번쯤 갔어요. 대학에 입학한후 규제에서 벗어난 홀가분한 기분과 성인이된 기념으로 가게됐지요. 처음에는 너무나 새로운 광경과 이색적인 경험으로 숨이 막힐것같았어요.특히 이성친구와 자연스럽게 어울릴수 있었다는데서 흥분된 감정을 느꼈으나 이제는 점차 흥미의 강도가 줄어들어요.
▲김덕=고교때는 규제가 심해서 못가고 대학입학후「고팅」 이라고해서 고고홀이나 디스코클럽에서 미팅하는 기회가 생겨.처음 구경했어요 .대학 1학년때만해도 디스코클럽은 그다지 보편화되지 않아 별로 좋은 인상이 아니었으나 최근에는 이런곳의 출입이,거의 보핀화돼서 흔히 드나들수있는 일반적인 오락장처럼 되었어요.
▲유=교지에「탈선의 얼굴」이란 제목의 특집을 쓰기위해 디스코클럽을 10군데쯤 순회한 일이 있어요. 주민등록증검사도 안해 쉽게 들어갈수 있었는데 분의기에.어울리지 못해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했으나 점차 재미를 느끼면 한없이 빠져들것같았어요. 분위기에 어울리지않고 취제만 하니까 그곳에 있던 소녀들이 시비를 걸고 뺨까지 맞았어요(웃음)
-그러면 청소년들이 도대체 디스크클럽에 왜 가며 .어떤점에 매력을 느껴 그처럼 빠져들어가는지 말해 볼까요.
▲유=우선 이성을 자연스럽게 사귈수 있고 평소에 금지돼있는 술·담배에 마음대로 접할수 있어 가는것같아요. 그곳에서는 여학생들도 담배를 마구 피우니까요. 그런곳에 자주가는 고교생들은 학업에 흥미를 잃은 학생인경우가 많은데 번쩍번쩍하는 조명에 귀청을 찢을듯한 음악이 흘러나오면 모든 걱정을 잊고 순간을 불태울수 있는경지에 빠진답니다.
▲김덕=우리과의 겅우 1주일에 강의가 20시간이고 도서관에서 공부를 해도 고교생들보다는 시간여유가 있는 편이기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려 스트레스 풀겸 가게됩니다. 친구들을 보면 대개는 시험이 끝나는날, 어떤 걱정으로 초조해질때, 일에 흥미를잃고 따분하거나 나른할때 같은과 학생들과 어울려가는데 3∼4시간정도 춤을 추다 나옵니다.
▲김영=새학기가 시작되면「개빙고」라해서(개학을 빙자한 고팅)즉 디스코클럽에서의 미팅을 하고,중간고사가 끝나고는「중빙고」 (중간고사를 빙자한 고팅),기말고사가 끝나면「종빙고」 (종강을 빙자한 고팅)을 갖게돼 한학기에 3번은 가게됩니다.(웃음). 봄·가을 야유회철에는 일부 기성세대와 청소년들이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고성방가 하며 춤을추지만 이는 다른사람에게 심한 피해를 줍니다.
배우는 학생들은 이런식으로 기분을 풀수 없으므로 외부와 차단된 공간, 즉 디스코클럽에서 춤을 추게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옥외에서 시끄럽게 기분풀이하는 것을 옥내로 수렴해 발산해버리는 기능도 하는거죠..
▲이=디스코크럽에는 아직 한번도 못가봤으나 솔직히 매우 가보고싶어요. 현란한 조명과 요란한 음악속에서 마음껏 춤을 춘다는데 호기심이 발동해요. 그러나 학생으로서 할 일이 많으니까 억제하죠.
친구들 중에는 부모가 없다든지 가정불화등 문제가 있는 애들이 그런 곳으로 빠져드는 것같아요.
-디스코클럽에 갈때의 비용은 어떤 식으로 내며 끝난 후 어디로 가는지….
▲김영=1인당 입장료는 2천∼3천원인데 대개 각자 지불합니다. 미팅을 갈때는 남녀가 2대1의 비율로 낼때도 있어요. 보롱 한 테이블에 4명이 앉는데 각자의 희망에 따라 맥주나 콜라1병씩과 마른안주 1접시가 나오지만 입장료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정도로만 끝나면 비용은 많이안들죠. 파트너는 고팅의 경우미리 정해져 있으나 동성친구들끼리 갈때는 현장에. 여자손님물이 많으니까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죠(웃음)
▲안=서울의 일부 변두리 디스코클럽들은 변태영업이 많아 초저넉부터 나이트클럽 형태로 변해 춤추던 사람들을모두 내보낸뒤 다시 손님을 입장시킵니다. 일단 나갔던 청소년들이 다시 들어오면 일정량 이상의 술과 안주를 먹어야하니까 몇만원은 쉽게 들어가죠. 시설이래야 좁은 홀에 방만 많아 청소년들이 서로의 무릎에 올라앉아 몸을 흔들어대는등 무질서하기 짝이없읍니다.
▲김덕=보통 학생들은 대개 하오5시∼6시사이에 디스코클럽에 입장해 10시이전에 나와 집으로 갑니다. 그러나 일부는 새벽1∼2시까지 춤을추며 새벽다방이나 해장국집 또는 다른 곳으로도 간다는애기를 들었어요.
▲김영=대학생들이 많이 가는 곳은 무교동이나 신사동등 영동지역의 디스크홀인데 밤11시넘으면 나이트클럽 형태로 변하기 때문에 비용이 비싸 그 시간이면 홀에서 나오게 됩니다.
▲안=대개 토·일요일에 지도단속을 나가게 되는데 정문으로 들어가면 어떻게 연락을 받았는지 청소년들을 비상구로 탈출시켜버리는것같아요. 업주들은 부모된 입장으로 10대들의 탈선을 막아줘야 합니다.
-청소년들이 디스클럽등에 몰리는 것은 건전한 레크리에이션시설이나 클럽활동의 기회가 적어서 그런것같은데…
▲이=10대소녀들은 정말 갈데가 없어요. 제약과 감시의 눈도 많은반면 학교 시험이 끝난후 친구들과 어울려 얘기라도 나누며 머리를 식힐만한 곳이 없어요. 기껏해야 분식센터나 백화점, 친구집에 가는 것이 고작입니다. 청소년 종합레크리에이션센터 같은 곳이 필요해요.
▲유=공부에 시달림으로써 시간여유가 없으나 가끔 시간이 나면 집에서 음악감상을 하는 정도가 고작이에요. 학교 특별활동반을 좀더 다양하고 활기있게 운영했으면해요.
▲안=5월부터 서울고 강당과 숭의여고 음악당을 토·일요일에 개방해 좋은 연극과 영화를 상영할 계획이 있어요. 당국은 옥외공원이나 광장등 넓은곳에서 청소년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장소를 좀더 많이 마련해줘야 할것입니다.
-오랜시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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