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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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우리가 상처를 입었을때 지혈이 되는것은 상처로 인해 절단된 혈관끌에 혈액이 응고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혈액이 응고하는데는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데 혈관이 수축하고 그 주위에 혈소판이 응집하여 일시적으로 출혈을 막으며 동시에 혈액속에 있는 여러가지 물질이 작용하여 혈액을 응고시킨다.
이때 필요한 혈액속의 물질을 「응고인자」라고하며 정상인에서는 일정량의 응고인자들을 유지하고있다. 그러나 이 응고인자들중 어느하나라도 부족하면 출혈은 쉽게되고 지혈은 잘안된다.
혈우병은 넒은 의미에서 선천적으로 응고인자가 부족한 병을 말하지만 보통은 제8응고인자가 부족할때를 혈우병이라한다. 혈우병은 유전되는 질환으로 어머니를 통해서 아들에게만 유전된다.
어머니가 혈우병유전인자를 갖고 있으면 아들중 약 절반에서 혈우병이 나타난다. 따라서 혈우병은 여자에게는 없는 병이라고 할수있으나 유전인자는 갖고있을수있다.
혈우병환자는 출생때부터 출혈현상을 보인다. 가장 출혈이 흔한곳은 관절이나 근육으로 가벼운 운동·체조후에도 관절이나 근육이 붓고 아프곤 한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관절이 굳어 심한 관절염 환자처럼 운동장애를 초래하고 기형이 될수도있다.
혈우병환자의 가장 비극적인 경우는 혈우병인지 모르고 이를 뽑거나 수술을할때도 지혈이 안돼 생명을 잃는 경우다. 이미 기원전에 유대인의 생활지침서탈무드에 형이 할례를 받다 출혈이 심했을 경우 동생은 할례를 연기할수 있다고한 기록을 보면 혈우병이 유전질환임을 2000년전에 이미 인식하고 있었던듯 싶다.
혈우병의 증세는 정도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여 평생동안 약간의 주의만을 요하는 경우로부터 심한 운동장애를 일으키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따라서 명백한 출혈현상이 없어도 형제나 외삼촌, 또는 어머니의 가까운 친척중에 혈우병환자가 있으면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보는것이 현명하다.
혈우병을 완치시키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환자가 출혈할때 농축된 응고인자나 정상인의 혈장을 주사하면 지혈시킬수있다.
이 응고인자는 주사후 수시간후에는 파괴되기 때문에 지혈이 완전히 될때까지 반복 투여하여야한다.
이러한 일시적인 치료보다 더욱 중요한점은 어렸을때부터 출혈을 예방하고 어떤 상황때 의사에게 보고하는가등의 세심한 생활교육이라 하겠다.
끝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필자가 아는 많은 혈우병환자들이 대학교수·예술인등 사회여러 분야에서 크게 공헌하며 생활하고 있음을 알려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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