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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미술대전」을 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제2회 봄 대한민국미술대전(서예·공예)은 「심사의 공정」에 역점을 두어 별 말썽이 일지않았다.
심사위원 구성에도 최대한 신경을 써 국전출신작가와 재야작가를 고루 영입했다.
서예는 지역별로 안배하고 공예는 출강하는 대학과 전공을 감안해서 뽑았다. 심사방법도 복심제를 도입, 인맥이나 정실에 치우칠수 있는 요소를 되도록 피하려고 애썼다.
심사를 일원화하여 입선작은 1차 위원들이, 특선·입상작은 1, 2차위원들이 함께 채점해 득점순위로 가려냈다.
이리한 심사방법은 문예진흥원이 심사과정의 잡음을 피하고 객관성을 살릴수있도록 머리를 짠것이다.
하지만 예술작품을 시험답안지 채점하듯 점수로만 따지면 독창성이 무시될 가능성이 많아 개성있는 작품보다 누가 봐도 무난한 평균적인 작품이 웃자리에 놓일 취약성을 안고있다.
「공정」에만 매달리다 결과적으로 「한마리의 양」(좋은작품)을 잃을수있는 우를 범하기 쉽다. 미술대전의 목적은 미술작품의 질적 향상을 꾀하고 실력있는 작가를 발굴하는데 있다. 「공정」은 어디까지나 운영방법일뿐이다.
바른 심사는 무엇보다 심사위원의 양식과 안목에 달려있는것.
지역을 안배하고, 근무대학을 고려하고, 중임을 피하는 형식요건에만 치중하다보면 양식있고 안목높은 심사위원을 찾기가 어렵다.
1회때 서예부에서 특선한 김신목·박양순·신정희써등은 올해입선초차 못했다. 화단에서 인정하는 황성현씨도 낙선했다.
서예에서 오자문제는 자못 심각했다. 과거 국전에서 말썽을 빚은게 모두 오자파동이었기 때문인지 오자는 무조건 떨어뜨렸다.
1회때 특선하고 올해도 특선후보에 올랐던 김진익씨 작품은 오자시비에 걸려 낙선의고배를 마셨다. 대를 그린 강행원씨 작품도 문기는 높이 평가받았지만 화제글씨중 「방」자를「방」자로 쓴게 있어 입선에도 들지 못했다.
오자문제에 대해 작년에 이어 두번째 심사를 맡은 채당 오상돈씨(서예심사위원장)는 『문자를 모르는 한글세대가 많기때문에 특선·대상은 몰라도 작품이 좋으면 입선폭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입선만은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예작품은 규격도 문제다. 전시공간의 제약때문에 규격을 엄격히 지킨다. 올해도 표구를 크게한 고강씨의 작품이 그냥밀려날뻔했다. 하지만 한심사위원이 작품의 우수성을 들어 제동을 걸어 간신히 입선권에들었다.
서예든 공예든 전시공간에 맞춰 입선작을 공모작의 몇%로 제한하는 것보다는 작품수준에 맞춰 뽑는게 바람직하다.
서예에서 사군자는 흔히 매난국죽으로 여기지만 모란·소나무·연·파초·포도·괴석등 다양하게 출품된다. 명칭부터 문인화로 바꾸는게 좋을것같다.
올해 처음 심사를 맡은 초정권창륜씨는 『심사위원이 심사결과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좋은작품이 떨어져나가도 이의를 제기할수없어 안타갑다』고 했다.
서예는 「찰나의 예술」이기때문에 심사도 그본질을 살려 즉석휘호로 가름하는 혁명적 방법을 제시하는 전문가가 많다.
공예는 응모작품을 일률적으로 땅바닥에 놓고 심사, 시간에 쫓기고 비교검토할수도 없어 얼른 눈에 띄는 평범한 작품을 고르기가 쉬웠다.
심사위원 황종례씨 (국민대)는 『1심때는 작품이 많아서 대에 올려놓을수 없지만 2심때부터라도 대에 놓고 보았으면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공예작품은 보는자리에 따라서 차이가 있기때문에 꼭 그래야한다는 것.
공예는 도자기·금속·나무·타피스트·염색·건칠등 분야가 다양해서 전문성도 인정돼야한다.
심사위원 강찬균씨(서울대)는 『안사람씩 들어가 시장물건고르듯 하지말고 분야별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가면서 서로의견을 교환하는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공예작품은 분야별로 전문성과 기술적인 내용이 다르기때문에 점수로만 다루지말고 세심하게 검토, 장단점을 지적해서 심사위원 합의제로 하는게좋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규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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