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서적"이 쏟아져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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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르포르타지 서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국내외의 현장을 문필가나 비전문 문필가이지만 생생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취재의 과정을 거쳐 써놓은 책들이다.
르포서적은 현장감을 살리면서 그러나 현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구성하여 전달하기 때문에 현장이나 사건자체보다, 또 소설보다 더 생생한 흥미를 독자에게 준다.
르포 서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조영수씨의『중동 25시』, 오효진씨의『툭 까놓고 말합시다』, 이봉호씨의『70년대 현장』, 문일식씨의『인간 선언』, 이형대씨의 5인의『새벽 4시의 한국인』, 정헌이씨의 4인이 쓴『대학의 사계』등이 있다.
『중동 25시』는 저자가 단순한 한 사람의 근로자로서 자기의 체험을 적은 것이 아니라 중간취업의 현장과 현지 실태를 자신의 눈으로 보고 정리하겠다는 의욕을 가진 기록자의 입장에 선 것이 뚜렷이 드러난다. 이점이 종래의 중동체험기록과는 구별되며 이 책 속에서 날카로운 시각과 비판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
『새벽4시의 한국인』은 이민간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책을 낸 출판사인 창입사에서는 구두 수선공·식품점을 하고 있는 재외동포에게 그들의 생활주변을 취재하도록 의뢰하여 그들이 보낸 글을 정리하여 책을 내놓았다. 같은 출판사의『대학의 사계』도 해외 유학생들에게 그들이 다니고 있는 대학의 실태를 알아보게 한 것이다.
르포서적은 앞으로 더 많이 나오게 될 것 같다. 최근 잡지에서는 최소한 1∼2개의 르포를 싣고 있으며 여성지까지 르포가 많아지고 있다.
르포작가로는 오효진·이태호씨 외에 윤재걸·황지우씨 등이 활발히 쓰고 있고 현장체험을 한 예비작가들도 많다.
르포집으로는 작가 김상렬씨가 기획한『아버지가 버렸다』등이 나왔는데 오효진·이태호·황지우·윤재걸씨 등이 르포 집을 준비하고 있다.
르포가 많아지는 것은 광의의 언론이 다양해지고 급변하는 현실을 만족할만하게 추적하고 정리하여 독자에게 전달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면 제약 등의 요인에 의해서 생기는 이같은 공백을 르포작가들이 비집고 들어가 사회의 속살을 보여주는 것이다.
리포터(기자)와 라이터(작가)의 중간 입장에서 현장에 뛰어들어가 현장을 새롭게 조립·구성하는 르포작가는 일반이 잘 알지 못하는 사실을 알려주면서 때로는 잘못된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고발도 해낸다.
독자는 재미와 함께 사회의 그늘진 곳, 숨겨진 곳을 알게된다. 미국의 경우 60년대부터 르포가 전성기를 이루어 월남전·핵전쟁의 공포·기업의 내막 등이 밝혀졌었다.<임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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