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김영란법, 실효성 높여서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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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공직자 부정부패를 뿌리 뽑을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안)’안이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것은 환영할 일이다. 2012년 6월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초안을 국무회의에 제시했던 이 법안은 2013년 8월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17개월 만에 국회의 첫 관문을 겨우 넘어섰다. 이 법안은 공직자가 직무관련성이 없는 돈을 받아도 100만원을 초과하면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척결하고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근절할 혁신 법안으로 평가받아왔다. 12일 정무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돼야 하는 이유다.

 이 법안은 전례 없는 내용인 데다 범위가 넓어 다양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정청탁의 15가지 유형과 예외사유 7가지를 적시했는데 이를 두고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해석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있다. 애초 금품수수 금지, 부정청탁 금지, 이해충돌 방지의 세 영역으로 이뤄졌는데 논의 과정에서 이해충돌 방지 부분이 빠졌다. 공직자가 자신이나 가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이해충돌 방지’ 부분이 연좌제 논란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 때문에 일단 2월 중 별도로 논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적용 대상에 공직자 외에 국·공·사립학교와 유치원 종사자, 신문·방송·잡지·인터넷 등 언론기관 종사자를 포함하고 있어 일부에서 과잉입법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공직자의 가족이 직무 관련성이 있는 돈을 받아도 공직자가 처벌받는 것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런 부분은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다듬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런저런 지적이 이번에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핑계가 돼서는 곤란하다. 시행 과정에서 문제점이 나오면 입법 취지에 맞게 재해석하거나 고쳐나갈 수도 있다. 부족한 부분을 메울 별도 입법을 고려할 수도 있다. 이 법은 우리 사회가 투명·정직 사회로 가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