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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역 등이 「새 데이트 명소」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봄철이 되면서 젊은이들의 데이트 장소로 지하철 역구내·아파트 단지 어린이 놀이터·교회 앞뜰 등이 새로운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15일 하오 6시 30분, 서울 지하철 역삼역 구내.
5쌍의 20대 남녀가 여기저기 벤치에 앉아 자동판매기에서 커피를 빼들고 마시며 오붓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어떤 쌍은 아예 팝콘과 콜라까지 사들고 와 먹고 있다.
손님이 적어 조용하고 새로 현대식으로 단장된 역구내는 휴식처로도 알맞아 돈 안 드는 「지하철 데이트」장소로는 안성맞춤.
5쌍 중 2쌍은 전철이 오자 올라타 어디론가 가버렸고 그 대신 20분이 지나는 사이에 다른 3쌍이 와서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이 같은 현상은 지하철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지만 특히 역삼역·강남역·서초역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23일 개통된 이 역에는 연면적 9천9백25평방m(3천 평)로 지하철 1, 2호선의 24개 역 중 유일하게 지하 3층(높이 31m)으로 설계돼 있다.
시설도 고급으로 12대의 에스컬레이터(4대만 가동)에다 벽과 바닥은 화강암·대리석 등 고급석재로 돼있고 4개의 대형 샹들리에 모양의 형광등과 기타 전등 2천5백73개, 15개의 벤치가 있어 데이트 장소로 꽤 좋다. 고성능 스피커에선 음악도 흘러나와 무드를 높인다.
강남역 구내의 경우는 벽면의 무늬가 회색과 검정 색의 육각형 벌집 모양으로 독특하고 지하 1층엔 상가와 오색 분수대, 조각작품까지 있어 데이트하는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곳.
서울 지하철 운영사업소 역삼역 직원인 최하식씨(32)는 『데이트하는 젊은 연인들이 보통1시간씩은 앉았다 가며 어떤 쌍은 2∼3시간씩 이야기를 하다 가는 수가 있고 주말에 더욱 붐빈다』고 했다.
또 주로 서초동·도곡동·압구정동 등 강남지역의 아파트 구내 어린이 놀이터와 빈터 벤치· 숲길 등도 좋은 데이트 장소.
아파트에 사는 젊은이들이 아니면서도 밤의 아파트 단지가 한적하고 비교적 깨끗하며 남의 눈에 띄지 않는 어둠 속에서 은밀히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주로 해가 진 뒤 일부러 찾아가고 있다.
이밖에 일반에게 공개된 서울 태평로 성공회 뒤뜰, 정동교회 앞뜰도 주변에 연극 소극장·전시회장 등이 있어 젊은이들에게 절약형 데이트 장소로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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