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낙방 조기 유학생"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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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81년 8월 해외유학 자유화 조치 이후 고등학교 졸업자나 재학생의 [조기유학] 붐이 일고 있다. 이는 최근 매년 계속하여 2배 가까운 급증세를 보여온 유학추세의 강력한 유도요인이기도 하다.
80년 2천3백84명이던 유학생은 81년 4천3백68명, 82년 7천5백55명으로 매년 배로 늘어났으며, 고교생(고졸포함)의 경우 82년 1∼5월 동안 2백19명이 유학하여 81년 한 해 동안의 1백21명보다 거의 2배로 늘어났다.
해외유학 자유화 조치 이후, 종래 대학 2년 이상을 수료(이공계)하고 국가자격시험을 치러야 했던 것이 대학 재학중이면 누구나 유학을 갈 수 있게 대폭 완화했으며, 고등학교의 경우도 예·체능 분야에 한해 전국규모 대회 입상자에게만 주어졌던 유학자격이 고교졸업 학년 석차가 20% 내에 들기만 하면 또한 유학이 허용됐다.
이제 유학은 급격한 양적 팽창 속에서 우리 사회에 유별난 외국 선망 풍조에 졸업정원제란 입시제도 자체의 문제점까지 연관돼 [조기유학]이란 변태성을 연출하고 있다. 물론 개중에는 유학 본연의 뜻에 합당할 만큼 단단한 조기유학자가 없을 수 없다. 그러나 많은 경우 패배적 심리상태에서 나타나는 병적이고 위험한 유학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일부 가정이 부유한 학생 중 처음부터 명문대에 합격할 자신이 없는 경우 고등학교 때부터 유학준비를 한다. 낙방하면 바로 유학 길에 오르기 위해서다. 성적이 상위 20%에 들지 못하면 상위 입상이 손쉬운 지방대학 주최 예능관계대회에 참가, 미리 특기자 유학자격을 따놓는 예도 [적지 않은 숫자]라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경우는 현행 유학자격인 [대학재학]이란 적을 따기 위해 아주 안전한 대학을 지망하게 된다. 한 유학정보센터의 상담실장 김 모씨는 이러한 대학 적을 가지고 유학을 나가려는 1학년 지망생이 예상외로 많이 찾아온다고 귀띔했다. 여기에 학년이 올라가면서 졸업정원제에 쫓겨나가는 도피성 유학도 적지 않은 실정이라고. 이렇게 변태적인 유학의 결과는 이미 심각한 낭패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구미 각국의 유학생 실태를 둘러보고 돌아온 한국국제교육교류협회 홍사명 사업부장은 『81년 이후 유학생 중 절반 이상이 벌써 학업을 포기하고 현지에서 방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입학하기도 전에 어학연수과정에서 포기하는 이탈자가 속출하며, 꾸준히 노력해도 워낙 기본자질이 모자라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 이역만리에서 겪는 심리적 상처는 깊기만 하다는 것.
홍씨는 성공적인 유학을 위해선 이질 문화에 적응할만한 인간적인 성숙도와 학업을 이수하고 소외감을 극복할만한 어학능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결국 본인에게로 돌아오는 타격은 절망적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부모의 욕심이 극성스럽다는 예능계의 조기유학도 함께 지적되고 있다. S예고 김 모 교사는『준비 없이 떠난 유학생들의 낭패소문이 들려와 요즈음 학부모들은 주춤하는 상태』라고 일려주기도.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태적 유학풍조를 해소하기 위한 유학제도의 보완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현행 대학교육의 문제점도 보완해야겠지만 유학의 사후관리의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현재 불가분의 관계이면서도 따로따로 돌고 있는 유학상담과 입학알선 업무를 효율적으로 통합시킬 필요가 있다.
유학을 위한 충분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외연수 및 교육기회가 주어져야하고 실력에 맞는 입학알선이 연계적으로 이뤄져야하며 현재 장사 속으로 입학알선에만 치중하며 난립하는 사설 유학알선 단체들의 정비도 이뤄져야 한다는 것. 이제 더 이상 고생하며 개인적으로 국가적으로 낭비하는 일이 없도록 손을 쓸 때가 아닌가 주위에선 보고 있다.

<이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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