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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말의 공방」한창…민의 수렴 얼마나 이뤄질까…|정치 선진화론과 민주화론의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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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개월만에 국회에서 대정부 질문이 진행되고 있다. 3당의 대표연설로 시작된 이번 질문은 작년 정기국회이래 처음이자 11대 국회 후반2년의 스타트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정국향방을 가늠할 풍향계의 성격이 있다.「민주화논쟁」 이라고 할, 정치의안이 여전히 주요쟁점이 되고있지만 벌써부터 개헌설에 관한 질문이 나오는 등 공방의 차원은 좀더 본격화하는 감이 있다.
○…대 정부 질문의 총론격인 3당대표 연설을 분석하면 국정을 보는 여야의 시각차이는 2년 전에 비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것 같다.
3당이 다같이 주력한 정치분야에 있어 민정당의 진의종 대표위원이 당면과제를 선진조국 창조를 위한 정치선진화라고 제시한 반면 유치송 민한당 총재와 이종성 국민당 부총재는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는 여전히 「민주화」 라고 주장.
여당측은 정치선진화는 「청렴정치」「대화정치」로 달성된다고 말해 다분히 정치인의 자세를 강조했지만 야당측은 『정부의 정치선진화 개념과 우리의 견해와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유총재)면서 민주화가 곧 정치선진화라는 주장.

<지자제 등서 반론>
이처럼 기본전제가 다른 만큼 정치 의안등에서 이견을 보이는 건 당연한 일.
지금껏 이 문제에 관해 논평을 피해오던 여당도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나서 지방자치의 조기실시·국회법개정에는 정면으로 반론을 제기했으며, 야당은 야당대로『그것은 정부·여당의 위약』이라고까지 물고 나와 공방전은 더 격화된 셈이다.
이밖에도 야당측은 『정의가 힘인지, 힘이 정의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형편』 (민한당), 『지난2년간 우리사회는 활력을 잃어 가는 연약한 사회로 돼 가고 있다』 (국민당)는등 부정적 진단을 내린 반면 여당측은 『지난 2년 간 획기적인 발전을 이룩했다』고 자평, 극단적인 대조를 보였다.
또 여당이 『제5공화국은 국민적 화합을 창출해내는 위대한 용광로』 라며 『오늘날 우리사회는 신·구의 구분마저 불필요한 대승적 화합의 기풍이 충만해가고 있다』고 한 반면, 야당은 『필요이상의 시대논쟁은 국민을 신·구시대로 갈라놓고 말았다』 (국민당)고 정반대의 진단.
여당측의 「용광로」 논이 이견·대립등을 녹여 화합을 이룩한다는 뜻이라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극단적인 이견이 역설된 사실은 아이러니컬하다.

<톤 약해 어부지리>
○…여야간의 이견 폭이 이처럼 큰데 대해 여야의원들은 전부터 그랬던 일이 아니냐는 반응으로 크게 크게 문제삼지 않는 눈치다.
민정당의 한 당직자는 야당측 연설에서 원색적 용어가 안 나온데 안도하는 기색을 보이면서 유총재의 발언으로 미루어 다른 민한당 의원들의 발언수위를 짐작할 수 있겠다고 전망.
박관용·김태식·고영구의윈등 민한당의원들은 유총재의 내무·문교장관 인책주장은 인상적이었지만 표현방법이 다소 관념적이었다고 아쉬움 표시.
국민당의 한의원은 유총재 연설의 톤이 예상보다 낮아 국민당 이부총재가 살았다고 논평.
이 국민당 부총재 연설에 대해 민정당은 경제관료에 대한 맹박과 정책의 일관성결여를 질타한 부분은 가려운데를 대신 긁어줬다고 만족을 표시.
진 민정당대표위원의 연설내용에 대해서는 특히 국회법·지방자치제관계발언에 대해 야당의원들이 흥분.
박관용의원 (민한)은 진대표가 개혁입법의 개정 불가능을 강조한 것은 원만한 국회운영에 적신호를 울린 것이라고 했고 고영구의원은 민정당이 그렇게나온다면 상임위운영자체가 어렵지 않겠느냐고 전망.

<수위조절 애먹어>
진대표의 첫 대표연설에 대해민정당내에는 대체로 『무난하게 잘했다』는 말이 많지만 『미국측의 전쟁시나리오를 단정적으로 인용한 것은 지나쳤다』는 등의 문제지적도 없지는 않다.
이런 반응과는 달리한 여당의원은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엄청난 여야간의 견해차를 그냥 두고 넘어가는 현실이 큰 문제인 것 같다』고 걱정.
○…후반기 첫 대정부 질문이라 나서는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질문준비에 고심.
특히 정치부문을 맡은 야당의 김완태 (국민)·오상현 (민한) 의원등은 『의욕과 현실의 사이에서 수위를 조절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실토.
대표연설로 본회의발언대에 처녀 등단한 이종성 국민당 부총재의 경우 전날 혈압을 재기도 했다는 후문.
금완태 의원은 김근조씨 사건과 관련, 경찰을 호되게 다루려고 별렀다가 막판에 경찰간부로 있는 고향친구로부터 「우정을 앞세운」 압력(?)을 받고 약간 톤을 낮췄다고 고백.
오상현의원은 국내정치전반을 다소 높은 톤으로 터치하기로 작심, 이를 위한 사전준비로 대학가·공단을 1주일씩 찾았으나 의욕대로 하기는 어려웠다고 고충을 토로.
조순형의원 (의동)은 주로 대학교수들과 접촉, 자문을 구했고, 백찬기의원 (신사)은 『보수세력만의 다당제가 아닌 보수대 혁신의 정책대결을 강조하는 대표연설격의 원고를 준비했다』고 설명.
정남의원 (민정) 은『항간에 나돌고 있는 개헌문제를 물으려다 여당의원이 나서면 쓸데없는 오해라도 받을까봐 삭제했다』고 아쉬워했다.

<답변내용 구체적>
○…행정부측의 답변자세는 종전에 비해 비교적 구체적인 것이 특징.
김상협국무총리가 개헌설에 관해 질문 분량보다도 많은 답변을해 사전에 충분한 대비가 있었음을 보여주었고 노태우 내무장관도 김근조씨 폭행치사사건에 대해서는 별도의 준비를미리 해온 눈치.
배명인 법무장관도 재벌기업의 토지 재 매입사건에 대해 건설부의 통계자료까지 인용해가며 소상하게 답변했고, 권령각 국방차관은 지나칠정도로 상세한 답변을 했다가 후에 스스로 보도삭제를 요구.
이범석 외무장관은 정부가 역점을 두어 추진해온 태평양정상회담에 대해 『너무 성급하게 서두르면 교섭 대상국의 오해를 야기할 위험이 없지 않다』고 오히려 질문자의 열의를 식히는 답변을 해 주목. <고흥길· 유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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