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한발씩 늦은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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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부동산투기는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일어난다.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든지, 풀린 돈이 갈곳이 없다든지 무슨 정부계획이 미리 새어나갔다든지, 세금이나 금융운용에 잘못이 있다든지 하는 여러 요인들이 누적되었다가 한꺼번에 투기로 터지는 것이다. 부동산대책은 장기적· 복합적 이어야하고 정부각부처가 다 책임과 관련이있다.
부동산 무기는 원인과 결과가 즉각 연결되지 않기때문에 책임소재가 모호하다. 정부 각 부처가 다 책임이 있다는 것은 어느 한곳에도 똑 떨어진 책임이 없다는 뜻도 된다.
특히 부동산 문제는 경기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 사전적인 종합대책이 나오기 어렵다. 어느 한 부호도 『너무 미리 대책을 서둘러 부동산 경기를 죽였다』 는 비난을 안 받으며 한다. 따라서 부동산 대책은 항상 일이 터진 다음에 나오는 사후대책이 되기 쉽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작년 10월중순 서울강남지역에 투기열풍이 몰아쳐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을때 『겨우 3년만에 부동산 경기가 돌아 왔는데 이를 죽여서야 되겠습니까. 투기억제책을 잘못쓰면 앞으로 또 3년간 부동산경기가 죽습니다. 부동산경기가 일어나야 경기도 살아나고 집도 많이 지을 것이 아닙니까』 하는 것이 대세였다.
특히 짐을 많이 지어야하는 건설부는 모처럼의 건축경기에 찬물을 끼얹을까 두려워했고 내무부는 등록세· 취득세등 지방세의 세수감축을 우려해 세제에 손대는 것을 꺼려했다. 서울시는 안 팔리던 체비지가 팔려나간다고 즐거워했다. 정부대책도 자연히 지각할 수밖에 없었다.
78년에도 부동산투기가 극성을 부린후에야 (78년8월8일) 8· 8조치 (부동산투기억제와 지가안정을 위한 종합대책) 가 나왔다. 한발 늦은 대책이었다.
이번에도 정부는 지난l월중순 무기가 걷잡을 수 없는 단계에 돼서야 부랴부랴 합동조사반을 현지에 보내고 부동산투기실무 대책위원회를 열어 특정지역 고시· 개발지역 수용· 아파트분양가 현실화등 미처 엄두도 못내던 강경대책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늘 소극적이었던 건설부도 가세했다.
2월중에 부가의 실력처럼 활용돼온 0순위통장 주보자 및 복덕방· 복부인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 특정지역 고시등이 취해졌으나 근본 치유책을 마련하지 못해 뜨뜻미지근한 대책일수밖에 없었다.
특정지역고시에 따라 69평짜리 아파트의 기준가는 싯가표준액의 11·1배인 2억10만원까지 책정, 양도소득세· 증여세를 중과하는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기준 싯가가 너무 높아 이에 덩달아 다른 아파트가격의 상승을 부채질했다.
투기억제를 위한 근본대책은 건전한 통화관리와 주택에 대한 투자확대에서 찾아야한다.
작년에 많이 풀린 통화는 저금리· 저배당으로 은행과 증시를 빠져나와 부동산쪽으로 몰렸다. 또 주택에 대한 공공투자는 예산의 부족때문에 매우 미미했다. 정부예산이 없으니 상업베이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투기를 부채질했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그대로 둔채 부동산문제를 해결하자니 투기억제에 초점을 맞춘 대증?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부동산투기 대책실무위는 각부처 이견으로 열기에 싸이기도 한다.
꽃이 있는 곳에 벌이 모인다. 은행에서 돈이 빠져나가 아파트나 토지로 풀리는 것은 거기에 꿀이 있기 때문이라고 어느 관리는 말한다. 시중은행이 어지간한 대출을 중단하고 지방은행이 자금부족으로 아우성을 치는 것은 여차하면 부동산으로 뛰어들 채비를 하고있는 부동자금의 대이동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자금사경이 악화된 대신 제2금융권에 돈이 쌓이므로 기업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없을터이고 갖가지 규제조치로 이 돈이 부동산쪽으로 몰릴 염려도 없다고 장담하던 관계자들도 최근에는 사태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내색을 하지 않을 뿐이다.
정부의 사회통계조사에 따르면 각년도에 대도시의 가구당 주거공간은 11·38평 (건평). 2년전보다 l평이 많아졌다. 소득증가와 함께 좀더 넓은 공간에서 살고 싶은 욕망은 커질 수밖에 없으나 주택공급에 한계가 있어 부동산값은 더욱 오를 것이고 아파트나 땅 투기는 여전히 좋은 투자대상이 될 것이다.
정부가 특정지역의 일부인기아파트에 대해서는 채권입찰제를 실시하기로 방침을 세워 여기서 나오는 프리미엄 소득을 임대아파트 건설비용으로 사용키로한 것은 다소의 문제가 있으나 그런대로 납득이 간다.
녹지를 택지로 바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개발, 실수요자에게 분양하는 토지공영개발방식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으나 예산의 뒷받침이 없어 자칫하면 토지구획정리 사업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돈을 찍어 개발자금을 대주자니 통화쪽에서 문제가 발생해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올들어 3월까지 전국의 집세는 1·7% 올라 같은 기간중 소비자물가를 1·8%로 끌어올리는 주요원인이 되고있다. 의식주중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주택가격 상승률이 반영 안된채 셋방에 사는 사람들의 집세만도 이만큼 올랐으니 「물가안정」 에 대한 감각이 정부와 국민사이에 차이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최철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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