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백만원이 웬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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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3월29일 국세청이 특정지역 아파트의 시가를 발표했을 때 모두들 깜짝 놀랐다.
그동안 아파트값이 많이 올랐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토록 높이 뛴 줄은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발표한 현대 80평짜리가 무려 2억7천만원. 이제까지 통용돼 온 과세 표준보다 무려 12배나 높다.
그동안 높이 뛴 아파트 값을 기세로만 여겼던 것이 현실가격으로 공인된 것이다.
80평짜리가 2억7천만원이면 평당 3백38만원이 되고 전용면적기준으로는 평당 3백86만원에 이른다. 황량한 환경 속에 토끼장처럼 지은 아파트 한평 값이 4백만원 가까이 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는 부가사의에 속한다. 도저히 그렇게 될 수 없는데도 그렇게 되고있다.
다닥다닥 지은 서민용 주공 아파트도 평당1백20만원이나 된다.
땅도 벽도 없이 대량생산한 아파트값이 왜 이리 높은가. 공식 분양가격은 고급이라도 평당 1백35만원 선이다.
공식분양가격도 낮지 않는 터에 엄청난 프리미엄까지 붙으니 논리적으로는 도시 설명도 납득도 되지 않는다. 이 불가해한 부문이 바로 주택 정책의 허점이요 맹점이라 할 수 있다.
국토개발 연구원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동산값은 3∼4년 주기로 폭등을 했다. 본격적인 부동산 붐이 인 것은 60년대 후반 경제개발이 본격화되면서부터 부동산투기는 68∼69년, 71년, 74∼75년, 78년, 82∼83년 등 3∼4년 주기로 일어났다.
65년을 l백으로 했을 때 토지가격은 전국평균 1백배, 주택가격은 34배를 뛰었다. 특히 78년에는 단독주택가격이 2∼3배까지 뛰었다.
토지의 경우 서울 신사동 땅값은 65년에 평당 2천원이었으나 70년 2만원,72년 3만원, 74년 7만원, 75년 10만원, 78년 30만원, 79년 40만원, 80년 80만∼90만원으로 4백50나 뛰기도 했다.
아파트의 경우 82년10월 2억4천만원이던 현대아파트가 현재 2억7천만원으로 5개월만에 3천만원이 뛰는 등 대부분 2천만∼3천만원 씩 올랐다. 82년10월 이전에 2천만원이던 0순위통장(5백만원짜리)이 지난해 말 4천5백만원, 지난2월에는 5천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 같은 아파트투기열풍속에서는 부지런히 일해 저축하며 잘 살아보려는 의욕과 희망도 사라지고 사회는 병들게 마련이다.
값이 크게 오른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조차 어리둥절하고있다. 꼭 같은 짐에 사는데 어느새 억대부자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들은 집 한채 갖고 있는 사람이 집값 오른다고 좋아할 것도 없다고 말한다. 다른 집도 오르기 때문이란다. 다만 아파트가 단독주택에 비해 쉽게 사고 팔리고 가격오름세도 높아 조금 더 이익을 보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것은 심각한 주택난과 일부 투기꾼을 잡지 못하는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책임을 정부에 미룬다.
사실 서민들 및 아파트실수요자들의 이 같은 비난을 들어 마땅할 정도로 정부는 그동안 아파트투기에 관한 한 속수무책이었다.
주택을 경기대책의 일환으로 보는 정책을 취해 투기를 조장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실수요보다 거래수요를 더 촉진했다.
지난 2월과 3월의 아파트값 폭등만 해도 그렇다.
무분별한 통화관리·낮은 은행금리·저 배당과 증시위축·학군 등으로 돈이 갈곳을 잃어 투기조짐이 보이는 데도 아파트 분양가 실세화를 외치며 입찰제·가격 예시제· 채권입찰 분양제 등으로 1개월 간 주택정책이 결점을 못보고 갈팡질팡했다.
이 동안 비 인기지역의 아파트들도 가격이 뛰고 아파트주민들은 반상회까지 열고 『이 이상 낮은 가격으로 팔지 말자』는 담합을 일삼았다.
한마디로 주택정책이라는 것이 없었다. 과거 서울시는 영동·개포동 등을 개발하며 구획정리사업으로 땅 장사를 했고 주택공사는 구 반포아파트·한강맨션 등을 건설, 이 나라에 맨션시대를 여는데 앞장을 섰다. 주택건설업체들은 주택공급을 앞세운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돈 한푼 안 들이고 입주자들 만의 돈으로 아파트를 건설, 재벌대열에 올라섰다.
80년과 지난해에 정부는 주택경기를 촉진한다고 양도소득세완화, 1가구1주택 거주 의무기간 단축 등 투기를 일으킬 수 있는 정책을 썼다. 74년, 77년, 78년의 부동산열풍에 혼이나 채택한 투기억제책을 주택경기가 조금 시들자 과감히 풀어버린 것이 집 값 폭등으로 곪아터진 결과가 됐다.
정부는 『주택공급률이 서울58%, 도시61%, 농촌1백3%로 전국평균 73·5% 밖에 안되기 때문에 주택공급 부족이 부동산 투기의 근본원인』이라며 주택공급확대 외에 근본적 해결책은 없다고 말한다.
또 좁은 국토에 사람은 많아 75년부터 지난해까지 지가상승률이 70년, 72년, 81년을 제외하고는 항시 높아 주택가격이 비싸지고 투기가 일었다고 주장한다. 주택가격이 소득에 비해 엄청나게 높아 정상적인 저축으로는 주택을 마련할 길이 없어 주택투기가 일어났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값싼 택지주택 및 임대주택공급을 외면해 왔다. 13평 짜리 임대아파트 한 채 건설비가 1천l백만원이나 돼 1조원을 투입해도 10만 채 밖에 못 짓는다며 돈타령만 해 왔다. 대만캙 싱가포르식의 토지공개념 도입도 애써 멀리했다.
이런 것을 알면서도 올해 주택기금은 4천9백30억원 밖에 안되고 그것도 복금 등으로 충당하고 정부예산지출은 4백억원 밖에 할당되지 앉았다. GNP에 대한 주택투자비율도 78년6%를 고비로 점차 줄어 79년 5·1%, 80년 4·8%, 81년 4·2%다. 일본의 7·8%(75년)에 비하면 3·6%포인트나 적다.
정부는 올해 들면서 겨우 이 같은 점에 착안, 모든 택지개발은 모두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해 공공단체가 개발하고 땅주인이 개발이익을 갖는 구획정리사업은 않기로 했다. 토지개발 공사는 개발한 택지의 상당량을 임대주택용으로 할애하도록 조치했다. 민간주택업자에게도 값싼 택지를 공급하고 국민주택자금 사용은 물론 이자율도 10%에서 5%로 내려 주었다. 이러니까 그동안 외 면하던 민간업자들이 임대주택을 짓겠다고 몰려들고 있다. 목동·신정동도 대만 식으로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서민들이 잃어버린 내집 마련 꿈을 다시 찾게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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