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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진의 파악 촉각… 금산법 관련 노 대통령 발언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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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논란과 관련, 노무현 대통령이 삼성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히자 삼성그룹이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여기에 국회 재경위가 이건희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더욱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들은 27일 노 대통령의 발언 진의와 국회의 국감 증인 채택 배경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삼성 관계자는 "대통령의 뜻과 의지로 볼 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좋은 타협점을 찾아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삼성이 긴장하는 것은 금산법 규정이 삼성의 지배구조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이재용 상무→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금산법은 대기업 금융계열사가 비금융계열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지만 관련 법령이 제정.정비되기 전부터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의 금융계열사(삼성카드.삼성생명)는 예외를 인정받아 왔다. 하지만 여권의 일부 의원과 참여연대는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25.64%)과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7.23%)도 예외 없이 5%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의 지배구조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하다. 삼성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연일 회의를 열고 있지만 이렇다할 해법을 찾지 못해왔다.

삼성이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정부 정책의 위신도 세우고 삼성도 인수합병(M&A)을 피할 수 있도록 시간을 가지고 묘안을 찾자"고 한 노 대통령의 발언이다. 여권에서는 삼성이 금산법상 '5% 룰'을 넘겨 보유 중인 지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 5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재계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이 나라 경제에 기여한 바가 많은데도 이는 무시된 채 정부를 비롯한 사회 분위기가 지나치게 '삼성 때리기' 일색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위원회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27일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 "기업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스스로 책임지는 게 바람직하지 않으냐는 일반론적인 입장을 얘기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질의에 나선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아직 청와대의 조사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대통령이 할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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