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중국 '황색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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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이 검은 대륙 아프리카로 달려가고 있다. 석유를 비롯해 지하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 국가들을 중심으로 투자와 교역을 크게 늘리고 있다. 특히 산유국 알제리에는 수백 개의 회사와 2만 명 가까운 노동자가 진출해 주택.도로.공항.댐 등 주요 기반시설 공사를 독차지하고 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의 주말판 잡지 '르몽드2' 최신호는 이 현상을 빗대 "중국 사람들이 알제리를 짓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제3세계에 대한 영향력 확대와 안정적인 석유 수입처 확보를 동시에 노린 것으로 보인다.

◆ '황색 바람'의 진원지 알제리=알제리의 석유와 중국의 값싼 노동력이 두 나라를 맺어주었다. 1990년대 이후 경제성장 붐을 타고 급격히 늘어난 에너지 수요에 고민하던 중국은 알제리를 주목했다. 알제리는 최대 수출품인 석유와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팔 곳을 찾던 중 국제무대에서 영향력 있는 중국의 손짓에 흔쾌히 화답했다.

2000년부터 2003년 사이 양국 간 무역액은 275%나 늘었다. 2003년 한 해에만 알제리에서 약 150개 회사가 중국인들에 의해 설립됐다. 지난해 두 나라는 상호 투자와 교역을 확대한다는 문서에 정식 서명했다. 이후 중국 건설업체 18개가 한꺼번에 몰려와 큰 공사들을 쓸어가다시피 했다. 현재까지 중국 건설업체가 알제리에서 지은 집만 5만5000여 채에 달한다. 2002년 수도 알제에 식수를 공급해 주는 댐 공사를 완료한 중국은 최근 프랑스 건설업체를 물리치고 고속도로와 공항 확장 공사도 잇따라 따냈다.

◆ 대륙으로 퍼지는 '황색 바람'=90년대 후반 이후 중국과 아프리카의 교역이 크게 늘고 있다. 2000년부터 2004년 사이 교역액은 100억 달러에서 285억 달러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우선 중국이 수입하는 석유의 25%가 아프리카산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수출하는 원목의 60%도 중국으로 들어간다.

아프리카 전역에 대략 700개의 중국기업이 진출해 있다. 금융 원조, 부채 탕감, 초저금리 차관 등 중국의 대외 원조도 44%가 아프리카로 몰리고 있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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