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의 부동산 맥짚기] 주택 수요 감소 채우는 외국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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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연초 한 TV에서 정부가 그동안 발표한 주택시장 부양책을 강하게 비판하는 프로가 방영됐다. 대부분의 언론매체들이 올해 주택경기를 긍정적으로 분석한 내용을 보도한 것과 달라 수요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방송의 요지는 대충 이렇다.

 “아직도 국내총생산(GDP)에 비해 주택가격이 비싼 편인데도 정부가 자꾸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고 종용하고 있다. 더욱이 주택 구매수요로 꼽히는 25~49세의 핵심생산인구는 2010년부터 줄고 있고 근로자 실질임금도 2007년 이후 5년동안 2.3%나 감소하는 등 집값 상승의 주요 원동력이었던 인구와 소득이 오히려 주택가격을 끌어 내리는 요인으로 바뀌었는데도 청년들에게 집을 사라고 지원까지 해주는 것은 일종의 사기극이나 진배없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수요와 소득이 줄어 집값이 더 떨어질지도 모르는데 정부가 앞장서 집을 사라고 독려하는 것은 정말 사리에 맞지 않는다. 집값 상승을 불러올 가능성이 큰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한 것도 아이러니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지금도 버블이 끼여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은 문제가 많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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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상황인데도 집값은 왜 오를까. 국민은행 자료를 보면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전국의 아파트값은 2012년에만 떨어졌을 뿐 나머지 해는 상승폭은 작지만 조금씩 올랐다. 지난해는 2.4%나 상승했다. 서울은 2010년에서 13년까지 내리 4년간 하락세를 면치 못하다가 작년에는 1.9% 올랐다. 인천·경기는 5년 동안 추락했으나 지난해 2%대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반면에 지방 5대 광역시는 매년 최고가 기록을 갱신할 정도로 호황세를 누렸다. 신규 아파트 시장은 더 뜨거웠다. 웬만한 지역은 1순위에서 거의 마감되는 성적을 보였고 분양물량도 호황시절 수준이었다.

 이런 장세(場勢)는 어떤 상황인가. 버블징후가 있다고 봐야 하나.

 그렇지 않다. 수급 상황이 잘 맞는 다는 뜻이다. 집이 남아돌면 가격은 떨어지는게 당연하고 반대로 모자라면 오르게 돼 있다.

 물론 인구구조 변화로 주택 수요계층이 감소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 문제는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수요가 줄면 공급도 함께 감소해 가격에 영향을 줄 정도의 심한 수급 불균형이 벌어질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국인 수요가 자꾸 늘어나 국내 수요감소분을 채워주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160만명에 육박했다. 2008년 이후 6년간 매년 평균 11만3000명 정도의 외국인 거주수요가 생겼다는 얘기다. 여기다가 관광객까지 치면 그 숫자는 대폭 불어난다. 지난해 1400여 만명이 한국을 찾았다. 이들도 다 호텔 아니면 게스트하우스·주거용 오피스텔과 같은 곳에서 자야 한다. 결국 그 숫자만큼 새로운 수요가 생기는 셈이다.

 앞으로 한류(韓流)와 맞물려 세계 각지에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부동산 시장은 결코 비관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최영진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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