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머의 계도기능 ″양념〃에 그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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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뒤져있는 나라일수록 방송의 계도기능을 중시한다.
이번 프로개편 역시 이점이 강조된 셈인데 지난 1주일 동안의 방송내용을 두고 말한다면 썩 잘됐다고 하기에는 아무래도 뭣하다.
첫째, 드라머형식을 빌어 교양기능을 발휘하려는 의도는 좋으나 설익은 계도위주의 메시지나 상황전개가 드라머를 재미없게 만든다.
이를테면 KBS 제2TV의『엄마는 바빠요』에서 반장아주머니와 허풍만과의 얘기는 질서의식과 공중도덕등의 소재로 이어갔다(30∼31일).
KBS제1TV의 『행복의 계단』에서는 우유와 계란이 단일식품으론 영양가가 최고라느니, 뛰는게 제일 좋은 운동이니 자전거를 타라거나 사원들간의 인화에 신경을 쓰라는 따위의 뻔히 아는 지당한 말씀으로 한회를 메워갔다(31일).
드라머의 계도성이란 양념구실에 그칠때 제맛을 내는 것이고 더구나 일상적인 사건에 억지로 훈육책다운 메시지를 얹기만 한다면 극적 긴장감따위는 기대할수도 없어 시청자를 곤혹스럽게만 할 뿐이다.
KBS제1TV의 『퀴즈대결』도 교양프로라고한다.
지난달30일의 경우 개구리는 앞발로 뛰느냐 뒷발로 뛰느냐, 흰개미와 검은개미가 싸우면 어느쪽이 이기겠느냐는식의 영상퀴즈가 있었다.
대결에서 이긴 팀에 제주도행 비행기표라는 후한상이 주어진건 좋은일이지만 그런걸 알아두어야 교양인 자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씁쓰레한 느낌만 든다.
KBS제2TV의 『알뜰살림』역시 교양프로다.
용모와 음성이 지겨운건 제쳐 두더라도 마이크앞에서 『내가, 나도』따위의 말씨를 써대는 무교양한 사람을 배우였다는 경력만으로 진행자로 내세웠으니 한심스런 생각이 든다.
88올림픽을 앞두고 국민의 체육진작을 겨냥한 스포츠프로가 는건 좋지만 MBC-TV의 경우 프로야구가 판을 치는것도 못마땅하다.
사회조사물로 성가를 높였던 『레이다11』까지 덩달아 플레이볼 프로야구를 방영하더니 고정프로인『프로야구 하이라이트』는 그렇다 치더라도 『스포츠뉴스』나 새로 꾸며 인상적인『스포츠 주간기획』에서 조차 우대를 받는걸 보면 겉으로는 국민체육을 내세우면서 속셈은 흥미위주의 프로물에 열을 올리는 인상이다.
KBS제1TV의 『여기자세계여행』은 선진국의 여러모습을 소개함으로써 국민의식의 선진화를 유도하겠다는 보도교양물이다.
싱가포르에 찾아가 이곳저곳 좋은것만을 보여주더니 야시장의 노점음식가게를 비춰주며 우리도 88올림픽에 대비해 본받을 일이라고 부러워한다.
우리문화수준도 아세안국가에는 뒤지지 않으니 제발 그쪽의 나쁜곳도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자존심도 살려가며 계도기능도 발휘할 일이다.
신규호

<방송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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