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1951년 <3>중공군, 한빙 이남선 전력 뚝 떨어져|전세호전·맥아더의 반대가 주교 철수론 쑥 들어가고 휴전론 대두 한땐 소련공군의 의용 참전 걱정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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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합참이 「맥아더」 장군에게 한국 철수계획을 완성하고 이의 발표시기를 연구해보라고 지시까지 했으나 기실 전세는 그런 절박한 상황에서 차츰 벗어나고 있었다.
전황호전과 때를 같이해서 철수문제는 더 이상 구체화되지 않고 유야무야되고 있다.
1월 9일자 미합참이 「맥아더」장군에게 보낸 작전 지침서의 한국철수 준비지시는 「맥아더」의 반대, 미국무성의 항전 계속주장, 그리고 한국군의 결사적인 반격작전 등으로 당초부터 여건 성숙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번 공개된 문서가 국무성과 관련된 것들 뿐이어서 국방성이 단독으로 접수, 발송한 문서들은 포함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철수 계획지시에 대한 합참의 구체적인 후속조치 문서는 찾을수 없지만, 철수논의가 사그라든 배경을 설명하는 국무성 문서들은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전황이 호전되어 철수를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여유를 2월 2일자 미 국무성이 참전국 대사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행한 현황브리핑에서 볼 수 있다.
이 자리에서 「러스크」차관보는 이렇게 말했다.
『적이 유엔군을 바닷속으로 쓸어 넣겠다는 본래의 의도를 포기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적이 그럴 능력이 없다는 점은 확실하다. 동시에 유엔군도 북한지역을 다시 해방시킬 만큼 강력하지 못한것도 사실이다.』
2월 6일에 열린 미 국무성 관리들과 영 연방 대표들과의 회의에서는 한국사태에서 앞으로 취할 수 있는 5가지 대안을 검토하면서 한반도 철수는 안된다고 못박고 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이 제시한 5가지 방법과 각방법에 대해 국무성 관리가 내린 평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 공산군을 최종적으로 패퇴시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병력을 투입시키는 방법.
이 방법에는 아군측 증강에 대해 공산군이 무제한으로 병력을 투입해 맞설 수 있고 아군은 더 이상의 병력을 한국전선에 투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② 한반도에서의 완전 철수. 이 방법은 유엔에 치명타를 가할 뿐 아니라 철수가 단행 될 경우 「절의 장막」주변에 있는 다른 군소국가들이 즉각 공산세력과 타협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③ 무기한 군사적 교착상태를 계속 시키는 방법. 미국은 그런 식으로 미군이 소모되는것을 원치 않으며 국민여론도 「철의 장막」상태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④ 공중과 해상으로 중공을 공격하면서 동시에 장개석군대로 하여금 중국본토를 공격케 함으로써 북경정권을 무너뜨리도록 시도하는 방법. 이대안은 우방들이 수탁하지 않을뿐 아니라 소련의 직접 개입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하다.
⑥ 가장 가능성이 큰 방법은 전선을 안정시킴으로써 적에게 만약 그들이 승리를 바라본다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댓가를 치러야 된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방법이다.
그렇게 되면 휴전을 통해 최소한 6·25이전 상태의 원상복귀가 가능할 것이다.
이 5가지 대안은 약간의 자구수정만 거쳐서 2월11일자 미국무성 각서로 각성됐다.
「러스크」차관보는 이어 영연방 대표들에게 영국이 중공을 승인할 때부터 미영관계에는 첫 갭이 생겼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중공이 보다 온전하게 행동하면 미국이 영국측의 온건노선 쪽으로 정책을 접근시켜 갭을 좁히고, 반대로 중공이 지금보다 더 도발적으로 행동하면 영국이 미국측 노선으로 접근해 오라고 설득했다.
한국의 전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는 2월12일자 「무초」주한미국대사가 부산에서 보면 전문속에서 발견된다.
이 전문은 처음으로 『적의 결정적 패배가 임박하고 있다는 증좌가 나타났다』고 확실한 표현으로 승리를 예고하고 있다.
이 전문은 『현 전선에 집결해 있는 중공군과 북한군을 거의 전멸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고 보고하고 있다.
그는 현지 지휘관의 말을 인용, 『한강을 넘어오는 어떤 수의 중공군도 섬멸할 능력이 있으며 중공군이 증감된 병력을 보내더라도 우리는 이를 섬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로 이 시기부터 철수 가능성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휴전선을 어느 지점에 설치하느냐는 문제로 논의 초점이 옮겨졌다.
전선이 차츰 한강부근으로 북상하고 유엔군의 계속된 제공권장악 아래 공산군에 대한 공중공격이 적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을 즈음 미국무성과 국방성에서는 색다른 걱정거리가 논의 되었음이 눈에 뛴다.
4월18일 아침에 열린 국무성 관리와 국가안보회의(NSC) 및 합참 장성들간의 연석회의에서는 『만약 중공군이 협상도 하지 않은채 슬그머니 후퇴해 버리면 문제는 심각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처음 이문제를 지적한 사람은 국무성의 「러스크」차관보였다.
그는 『만약 그들이 전쟁이 스스로 사그라지도록 만들면 어쩔것인가. 마치 소련이 그리스에서 그랬던 것처럼 전쟁이 밑도 끝도 없이 사라지게 될때 우리 지상군은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가』라고 묻고있다.
이에대해 「오마·브래들리」합참 의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만약 그런 기미가 보인다면 우리가 그들의 철수를 내버려둬야 건투가 끝날 것이다. 만약 우리가 그들을 추격한다면 전투는 끝날수없다. 그들이, 압연강까지 후퇴할지 모르지만 그들을 거기까지 추격하면 우리의 보급로가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안된다. 우리는 어디선가에서 멈추지 앉으면 안된다』
이 자리에서는 휴전조인도 없이 전쟁이 끝날 그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더이상 논의하지 않고 다만 그 당시의 전선쯤에서 더 이상 진격않는 것이 유리하다는 의견을 미공군과 육군측에서 내놓았다.
그러나 6월 5일자 국무성 문서에서는 당시 소련축과 비밀접촉을 하고 있던 「조지·케넌」이 이문제를 「야골·말리크」(소련대사)에게 거론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부분은 미국이 꽤 중공군의 자진후퇴를 걱정하는지가 약간 더 설명돼있다.
그부분을 옮기면….
『만약 중공군이 그냥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추어버릴 경우 미국이 빠질 딜레머를 그(「말리콘)에게 설명했다.
그럴 경우 중공군이 군대를 집결했다가 후에 다시 한국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누구로부터 받아내야 되는가라는 점이 우리의 딜레머의 한 예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말리크」는 미국정부가 북한과 중공정부와 접촉해보는 것이 좋을것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기술돼있다.
그는 소련은 한국전이 평화적으로 해결되는걸 바라지만 직접 「당사자가 아니어서 어쩔수 없다」고 말했다.
이 회의에서는 또 소련공군이 중공군처럼 「의용군」이란 명목으로 참견할 가능성도 거론됐다.
「반덴버그」공군 참모총장은 마치 스페인 내란때처럼 소련공군은 「한국을 전투경험을 습득하기 위한 기회로 삼고있다」고 말했다.
『소련은 공군부대를 번갈아 파견해서 여기서 얻은 경험으로 본국에서 훈련을 시키려 하고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련공군이 극동지역에 4천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들이 이중 절반만 동원해 공격해와도 심각한 문제라고 말하고, 곧 다른 참전국에 그 심각성을 일깨워줘야 된다고 강조했다.
「맥아더」가 한국철수 지시에 쐐기를 박고 한국전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는 의지를 표현한 문서는 3월20일 「조제프·마틴」2세에게 보낸 서한을 들 수 있다.
이서한에서 그는 『우리가 아시아에서 패배하면 유럽이 공산주의로 넘어가는 것은 불가피 해집니다. 이 전쟁을 이겨야만 유럽에서도 전쟁을 회피하게 되며 자유가 유지될 수 있을것 입니다』고 말하고 있단다.【워싱턴=장두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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