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기업 권익 위한 한·중 투자협정 빨리 맺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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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과 중국이 한.중 투자보장협정을 투자협정으로 개정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2003년 양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투자협정 개정에 원칙적으로 동의했으며 현재 실무 차원의 협상이 진행 중이다. 투자협정(BIT)을 맺으면 외국인 투자 기업도 내국인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 BIT는 투자보장협정(IPPA)보다 상위의 개념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향한 징검다리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중 BIT는 조속히 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 1992년 한.중 수교 때 맺은 IPPA는 빠른 속도로 진행된 양국 간 경제협력 상황에 비춰 이미 몸에 맞지 않은 옷이 된 지 오래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3만 개를 웃돈다. 지난해 한국은 36억4000만 달러를 투자해 홍콩과 일부 조세회피지역을 제외하고는 대중국 최대 투자국으로 부상했다.

그동안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과실송금이나 역외 진출에 수많은 예외 조항을 둔 중국 국내법으로 인해 고통을 받아왔다. 돈 좀 벌 만하면 우리 기업을 쫓아낸다는 흉흉한 소문이 나돈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따라서 BIT를 통해 현지 투자에 걸림돌인 각종 인허가 제도를 등록제로 바꾸고 중국산 원자재 의무 구매조항 등의 인위적 장벽은 철폐하는 쪽이 양국 모두를 위해 옳은 방향이다.

협상에는 상대방이 있게 마련이다. 중국은 전면적인 BIT 체결보다 단계적 추진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협상 대가로 미국과 유럽연합이 인정하지 않고 있는 시장경제지위(MES=정부 간섭없이 시장이 모든 가격을 결정한다고 인정하는 제도. 반덤핑 협상에서 유리) 인정을 전격 요구해 올 공산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2002년 일본과 BIT를 체결했다. 한.미 BIT 협상은 스크린 쿼터와 쇠고기 수입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그래서 일부 외교전문가는 "한.중 BIT 협상은 빠른 감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외교 흐름만 쫓기에는 한국 기업들의 고통이 너무 크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투자기업의 권익 확보를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