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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 파르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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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6일 오전 9시 장이 열리자마자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0포인트(1%) 내리며 1900선을 내줬다. 10분 뒤 조금씩 오르며 1900선을 회복하는가 싶더니 다시 힘없이 와르르 무너졌다. 오후 1시에는 1879.71까지 하락하며 1880선을 밑돌았다. 장중으로는 2013년 8월 28일(1861.56)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33.30포인트(1.74%) 떨어진 1882.45로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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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경기 침체와 실적 악화로 허약해진 상태에서 성냥개비로 만든 탑처럼 크고 작은 외부 충격에 속절없이 휘둘리고 있다. 이날 금융시장을 뒤흔든 건 ‘오일 쇼크’였다. 전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미국 텍사스유) 2월물 선물 가격은 장중 49.77달러까지 하락했다. WTI선물 가격이 50달러선을 밑돈 것은 2009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WTI 2월물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2.65달러, 5% 하락한 50.04달러로 마감했다. WTI 가격은 지난 3거래일 동안 7.5%나 떨어졌다.

 유가가 예상보다 빨리 50달러선이 깨지자 전 세계 투자심리도 얼어붙기 시작했다. 유가 급락이 러시아·브라질 등 신흥 산유국의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여기에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 증시도 흔들렸다. 독일 일간지 슈피겔은 25일 그리스 총선에서 긴축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가 승리하면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을 용인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며 그렉시트 우려를 증폭시켰다. 이 여파로 전날 미국 다우지수가 1.86% 급락했고 독일·영국·프랑스 등의 증시도 2~3% 하락했다.

 이런 불안감은 고스란히 한국 증시로 전달됐다. 외국인 투자가가 먼저 주식을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6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336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기관투자가도 730억원어치 팔았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가 하락은 장기적으로 실물 경제에 도움을 주지만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을 교란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과거 1980년대 중반 사우디 저유가 정책으로 유가가 20달러까지 떨어진 적이 있다”며 “지금도 유가 바닥이 얼마인지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록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외 변수 중에서도 유가 급락이 가장 큰 문제”라며 “유가 하락이 실물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주기 전에 금융시장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시가 외부 요인에 쉽게 흔들리는 것은 국내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가 바닥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오는 8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4분기 실적 발표가 줄을 잇지만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특히 유가 급락으로 ‘정화조(정유·화학·조선)’ 업종을 비롯한 대기업의 실적이 나빠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서동필 팀장은 “유가 하락, 유럽 디플레이션, 그리스 정정불안 3가지 악재가 동시에 터지면서 국내 증시에 영향을 줬다”며 “내부적으로는 4분기 기업의 실적 우려가 지수 낙폭을 키웠다”고 말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주가가 급락한 것은 곧 다가올 실적시즌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있기 때문”이며 “실적시즌이 끝날 때까지 불안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온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 팀장은“현재 국내 증시의 주가자산비율(PBR)이 0.95배로 2011년 이후 바닥 수준에 접근했다”며 “대외 변수에 따른 국내 증시 출렁임은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유가는 수요부진은 이미 반영됐고, 이제 공급 요인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정치적 상황으로 예측하긴 어렵지만 과도하게 하락했기 때문에 추가로 떨어지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11.1원 오른 1098.8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김창규·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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