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 로비 등에 사용 의혹… 한국노총 서울본부 의장 비자금 4억 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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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 의장이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지원금 중 일부로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 로비자금 등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남부지검 형사6부는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이하 서울노총) 산하 단위노조 위원장과 간부 등으로 구성된 '서울노총의 도덕성 회복과 올바른 개혁을 위한 연대(대표 백영기)'가 최근 서울노총 이휴상 의장을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해 와 수사에 착수했다고 25일 밝혔다. 고발장에는 "서울시가 노동절 행사비, 상담소 운영비, 해외연수비, 체육대회비, 교육비 등의 명목으로 200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11억3227만여원을 서울노총에 지원했으나 이 의장이 (2001년부터) 이 중 4억792만여원을 빼돌려 개인통장에 넣고 비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고발장에는 "이 의장이 지원 목적에 맞도록 자금을 사용한 것처럼 영수증을 꾸며 서울시에 60여 차례 허위 보고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서울시는 서울노총에 2001년 1억9644만원, 2002년 2억7000만원, 2003년 2억원, 2004년 2억1320만원, 올해 2억505만원을 지원했다. 이 지원금은 노조간부 특별교육비 등의 명목으로 용도가 지정돼 있으며, 서울시는 '다른 목적에 전용할 수 없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고발장에 첨부한 '조직운영 시 지원금 집행현황'이라는 서울노총 내부 보고서에는 실제 집행 금액이 2001년 1억3305만원, 2002년 1억9616만원, 2003년 9130만원, 2004년 9649만원, 2005년 1억5880만원에 불과해 2001년부터 총지출액이 6억7500여만원인 것으로 돼 있다. 2001년부터 매년 서울시의 지원금 중 6300여만 ~ 1억1600여만원씩 남겼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2000년 4758만여원을 지원했으나 그에 대한 구체적인 집행 내역 기록은 없다.

서울노총 관계자는 "시 지원금 중 목적대로 쓰고 남은 자금은 개인 명의의 통장에 입금돼 정.관계 로비나 기밀비 등으로 의장이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며 "비자금은 이중장부를 만들어 관리했다"고 말했다.

2001년 12월 26일 이 의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적혀 있는 '2001년도 의장 비자금 통장 정산보고서'에는 시의회 후원금으로 100만원, 관계인사 접대에 200만원, 시의회 선물대금으로 335만원, 양주.와인 등 구입비로 298만원 등을 사용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 2002년 3월까지 결산보고서에는 '6.13 정치활동비(국회)' 명목으로 1000만원을 쓰는 등 총 3400여만원을 지출하고 3000여만원을 '실비자금'으로 남긴 것으로 적혀 있다. 한편 한국노총은 최근 이 같은 정보를 입수하고 자체 진상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 의장 입장="정부나 자치단체의 지원금은 어느 (노총) 조직이든 관행적으로 남긴다. 서울시에는 지원목적에 맞게 쓴 것으로 허위 보고한 것은 맞다. (개인 비자금 통장을 만든 것은) 실무자가 남긴 돈을 '의장님 개인 통장에 넣어놓고 쓰면 되지 않느냐'고 해서 그렇게 했다. 잘못을 인정하지만 개인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정.관계 인사를 접대하고 선물을 준 것은) 노총의 정치력을 키우고 지원 등 원활한 업무 협조를 위해 성의를 보인 것이며, 당사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해당자의 이름은 적지 않고 '관계인사 접대비'식으로 장부를 정리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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