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리빙] 세 살 버릇 싹 ~ 고친다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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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쓰고 반항하는 아이에게 “넘어서는 안될 선”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려면 부모에게도 전략이 필요하다. [사진=랜덤하우스중앙 제공, 모델=김주영]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더니 꼭 그렇지 만도 않은 모양이다. 7월에 시작한 SBS TV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실제 상황! 토요일'의 2부 코너)가 아이들 버릇 고치는 데 백전백승을 거두고 있다. 떼쟁이 울보공주 예빈이(4)를 행동 수정 프로젝트 37일 만에 미소천사로 바꿔놓고, 놀이터의 무법자 욕쟁이 채원이(4)도 바른생활 사나이로 변신시켰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기적 같은 변화에 우리 아이도 참가시켜 달라는 지원자가 1000명을 훌쩍 넘어섰다.

그렇다면 아이 버릇 고치는 비법은 무엇일까.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의 자문위원인 신혜원 마나모로 교육연구원장, 오은영 아주대 소아정신과 교수 등 제작진의 조언을 들어봤다. 또 최근 출간된 '우리 아이가 왜 이럴까요'(안 우베 로게 지음, 랜덤하우스중앙)에서 아이가 올바르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비결을 엿봤다.

# 트집쟁이.떼쟁이=큰 소리로 울고 발버둥치며 떼쓰는 아이에게 부모까지 흥분해 소리를 지르거나 체벌을 가해선 안 된다. 이런 방법은 순간적인 진압효과만 있을 뿐 결국 아이는 그런 부모의 행동까지 고스란히 모방하게 된다.

'생각하는 의자'나 '준비하는 방석'등을 마련해 두고 아이가 문제행동을 보일 때마다 그 자리로 데려가 야단을 치는 것이 좋다. 혼나는 장소로 가는 동안 아이가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반성할 기회를 갖게 된다. 5분 정도 아이 혼자 앉혀 놓고 반성을 유도하는 '생각하는 의자'는 아이가 여섯 살 정도는 돼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보다 어린 아이는 '준비하는 방석'에 앉혀 두고 부모가 직접 잘못을 지적해준다. 아이에게 훈육할 때는 언제나 아이와 눈을 맞춘 채 낮고 엄격한 목소리로 이야기해야 한다.

가게만 가면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쓰는 아이에게는 '쇼핑 예고 요법'이 효과적이다. 가게로 출발하기 전에 "오늘은 하나만 사자" "오늘은 사지 말고 내일 사는 거다" 등 약속을 미리 한다.

아이가 발버둥을 심하게 칠 때는 '무릎 잡기'방법을 쓴다. 어른의 무릎 사이에 아이의 무릎을 집어넣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두 손으로 아이 팔목을 잡는다.

# 욕하고 때리고=아이가 욕을 하거나 폭력을 쓰는 순간, 그 즉시 잘못을 지적해야 한다. 부모가 민망한 마음에 모른 척해서도, 자신은 다른 일을 하면서 말로만 "나쁜 말 쓰지마" 등 건성으로 이야기해서도 안 된다. 즉각 아이의 팔을 잡고 눈을 쳐다보면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고 주입시켜 준다.

그래도 고쳐지지 않는다면 '거울 요법'이나 '비디오 요법'을 써보자. 하루 정도 아이의 생활 공간에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해 두고 녹화한 뒤 아이와 함께 보며 잘한 일, 잘못한 일을 꼽아보는 '비디오 요법'은 청소년기 아이들에게도 효과가 있는 방법이다.

초등학생 이상의 아이들에게는 '특권 뺏기''반성문 쓰기'도 버릇을 고치는 데 도움이 된다. 컴퓨터 게임을 못하게 하는 등의 '특권 뺏기'를 체벌 대신 사용하고, 반성문 공책을 따로 마련해 무엇을 잘못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하겠는지를 두 문장으로 쓰게 한다.

유아기 아이들은 부모가 야단친 뒤 따뜻하게 안아주면서 감싸줘야 하지만, 학령기 아이들에게는 그런 과정이 필요 없다. 도리어 부모가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아이가 먼저 와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표현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 싫어 싫어 반항아=아이가 "싫어"를 입에 달고 산다면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만 2~3세의 아이들이 "싫어"를 연발하는 것은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아개념이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때는 아이의 싫다는 말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그래? 싫으면 하지마"라고 그냥 넘기는 게 좋다.

하지만 만 4세 이상 아이들의 "싫다"는 말에는 반항의 뜻이 숨어 있을 확률이 높다. 연세신경정신과의원 손석한 원장은 "부모의 관심을 끌고 싶어하거나 부모에게 불만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가장 일반적인 해결책은 아이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는 것이다. 아이의 말에 조언이나 훈계를 하지 말고 수용 여부에 관계 없이 그냥 들어주는 것. 웬만한 인내심으론 힘들겠지만 근원적인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이란 게 전문가들의 한목소리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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