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말코비치 한국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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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파 배우 존 말코비치가 온다. 영화 홍보가 아닌 클래식 공연(2015년 1월 14일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위해서다. 창단 50주년을 맞는 서울바로크합주단(음악감독 김민)의 공연에서 내레이션을 맡는다. 러시아 신예 피아니스트 크세니아 코간이 알프레드 슈니트케의 '피아노와 현악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을 연주하는 동안 말코비치는 작가이자 화가, 물리학자인 에르네스토 사바토의 소설 'On Heroes and Tombs' 중 3장 'Report on the Blind'를 낭독한다.

존 말코비치

구 소련 태생으로 독일로 귀화한 작곡가 슈니트케(1934 ~ 1998)는 인간의 삶과 죽음, 선과 악, 사랑과 증오와 같은 대립적인 요소를 폴리스타일리즘(복합적 양식)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사바토 (1911~2011)역시 삶의 의미를 상실한 현대인의 고뇌와 허무 등, 인간본연의 실존문제를 다룬 작가다.

피아노 독주로 시작해 거친 소용돌이의 중반부로 이어지는 슈니트케의 피아노 협주곡은 마치 사바토의 소설 속, 인생의 항로를 찾아 떠난 청년 마르틴이 마주하는 혼란과 닮아있다. 마르틴이 사랑한 여인 알레한드로의 아버지 페르난도는 세상에 대한 왜곡된 집착을 보이는 인물이다. 페르난도의 독백이 담긴 'Report on the Blind'는 따로 떼어 출간되기도 하는 사바토의 대표작이다.

사바토와 슈니트케를 결합하는 특별한 아이디어는 코간과 말코비치로부터 직접 나왔으며 세계 초연이다. 서울바로크합주단의 월드투어를 기획한 스위스 가르트사의 제의로 이 공연이 성사됐다니 국제적으로 높아진 단체의 위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공연에서는 유럽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소프라노 서예리가 헨델과 모차르트를 노래하며, 세르게이 심바탄이 지휘봉을 잡는다.

김민 음악감독

서울바로크합주단은 금년부터 그간 해외에서 사용해온 Korean Chamber Orchestra(KCO)로 명칭을 통합한다. 김민 감독이 이끌어 온 KCO는 척박한 국내 클래식 여건에도 민간단체로는 이례적으로 50주년을 맞게 되어 그 의미가 크다. KCO는 올 한해 런던·베를린·모스크바·비엔나·바르샤바·북경·뉴욕에 이르는 세계 주요 도시 유명 공연장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며 이 투어에는 말코비치와 코간 외에 핀커스 주커만, 백주영, 윤소영 등 국내외 정상급 연주자들이 함께한다.

김민 음악감독은 월드투어의 출발점인 이번 말코비치의 무대가 "대중적인 스타의 대중적이지 않은 공연이 될 것"이라 밝혔다. 관객들에게는, 지리적으로 먼 곳에 살았으나 각각의 정치적 혼란기를 버텨낸 두 예술가가 천착했던 주제인 '인간'과 '삶'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

김대환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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