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꿈나무] ??? 호기심 천국 교수님은 다 알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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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아이들의 궁금증을 끄집어내는 건 어린이 책의 전형적 편집 방식이다. 예컨대 과학 분야에선 '왜 밤은 캄캄한가요''곰은 왜 겨울잠을 자나요' 등의 질문을 담은 책이 많다. 하지만 아이들은 답이 똑 떨어지는 질문만 하는 걸까. 실제로 아이들은 부모들이 입을 닫을 만큼 종합적이고,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기도 한다.

최근 시리즈 3권이 완간된 '어린이대학'(울리히 얀센.울라 슈토이어나겔 엮음, 클라우스 엔지카트 그림, 박규호 등 옮김, 어린이중앙, 1~3권 각 권 250쪽 내외, 각 권 1만3000원)은 아이들의 뜬금없고 진지한 질문에 대한 깊이 있는 답을 담았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참여하는 독일 튀빙겐 대학 '어린이대학'의 강의록이어서인지 현장감이 남다르다.

'학교는 왜 지겨운가요''나는 왜 나일까요''아이들이 해선 안 되는 일이 왜 이렇게 많아요' 등 당혹스럽거나, '공룡은 왜 멸망했나요''사람은 왜 죽나요' 같은 난해한 질문이 많다. 아이들은 독일과 한국의 차이가 없어 보인다.

석학들의 대답은 요령 있다. 때론 절로 무릎이 쳐진다. '우리는 왜 이야기를 지어내죠'에 대한 한스 게오르그 캠퍼(독문학) 교수의 대답은 이렇다. 일단 하루 일과를 순서대로 나열한 지루한 이야기를 하나 들려준다. "재미없지요? 우리는 이런 지루함을 없애주려고 이야기를 만듭니다. 자신의 체험을 과장하기도, 생략하기도, 문학적으로 표현하기도 하면서요." 답이 나온 듯하지만 서론에 불과하다. 다음엔 이야기를 잘 꾸며내 목숨을 건지고 왕의 사랑의 받게 된 '아라비안 나이트'의 세헤라자데 예화를 든다. 이야기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다리가 되고, 기적도 일으킨다는 사실을 전하기 위해서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행위, 즉 언어생활로 넘어간다. 언어는 인간 고유의 특징이란 사실과 함께 원시언어를 알아내기 위한 갖가지 실험을 소개한다.

언어.문학.사회과 관련된 갖은 지식과 가치가 유기적으로 결합한 대답이다. 질문 하나에 30쪽 가까이 이어지는 대답을 끝까지 읽어내는 데는 상당한 독서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읽다 보면 줄거리가 아닌, 지적 호기심이 채우는 각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2002년 출간된 '아이들이 묻고 노벨상 수상자들이 답한다'(베티나 슈티켈 엮음, 나누리 옮김, 달리, 254쪽, 1만4000원)도 '어린이대학'과 비슷하다. '왜 남자와 여자가 있는 거죠' 지구는 언제까지 돌까요''왜 푸딩은 말랑말랑하고 돌은 딱딱한가요' 등 아이들의 22가지 질문에 노벨상 수상자들이 대답한다. '왜 1+1=2인가요'란 쉬운 질문에도 "수학이란 학문이 아무리 좋아도 이게 세상의 전부는 아니란다. 무엇보다도 인간성이 중요하지"처럼 사고의 폭을 넓혀주는 대목이 풍성하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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