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허리케인 인공 억제?…꿈도 꾸지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과학의 힘으로 허리케인 발생을 예방할 수 있을까-.

'카트리나'와 '리타' 등 초대형 허리케인이 미국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과학계 일각에서는 인공적으로 허리케인을 파괴하거나 진로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꾸준히 내비치고 있다. 일단 미 연방정부 차원의 연구는 이미 지난 1980년대 파기되는 등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정설이다.

더우기 지구 온난화에 따라 허리케인의 위력이 갈수록 세질 것으로 보여 다스리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공적인 허리케인 조종은 불가능"=미 콜로라도주(州) 볼더 소재 국립대기연구센터(NCAR)의 대기수상학자 매튜 켈시는 "인공적으로 허리케인을 조종하겠다는 것은 콩을 넣어 쏘는 장난감총으로 자동차를 움직이려 시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회의론을 폈다.

NCAR에 따르면 허리케인이 방출하는 에너지는 10메가t 규모 핵폭탄을 20분에 하나씩 폭발시키는 것에 맞먹는다.

켈시는 "허리케인과 연관된 에너지의 양은 우리가 허리케인에 작용하고자 하는 그 어떠한 에너지의 양보다도 훨씬 크다"고 덧붙였다.

미 연방정부는 1950년대 중반 초강력 허리케인이 잇따라 동부 해안을 강타, 749명의 인명피해와 수십억달러의 재산피해가 발생하자 '광포한 폭풍'(Stormfury)이라는 암호명의 허리케인 조종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1961년 최초로 미 해군 소속 비행기가 허리케인 '에스더'에 요오드화은 결정을 투입하는 실험을 했고 결정 투입 이후 풍속이 10 ̄30% 줄어들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허리케인 중심부에 요오드화은 결정을 투입하는 실험이 수행됐으나 결정 투입과 풍속 감소의 상관관계는 명확히 입증되지 못했다.

과학자들은 또 이 방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0℃ 이하에서도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초냉각 수분이 다량 존재해야 하지만 허리케인의 경우 다른 폭풍보다 초냉각 수분 함유도가 낮기 때문에 이는 신뢰할 방법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광포한 폭풍' 프로젝트는 수억달러의 연구비만 날린 채 1980년대 파기됐다.

이외에도 빙하를 이용해 허리케인 발생지역인 열대 대양의 수온을 낮추는 방법, 바다의 증기열이 대기로 방출되지 못하도록 특정 입자나 차단막을 대양에 설치하는 방법 등이 제안됐지만 현실화하기 힘든 제안이었다.

일각에서는 핵폭탄을 터뜨려 폭풍을 흐트려뜨리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으나 이 방법 역시 여러 이유에서 실용화할 수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지구 온난화가 허리케인 부추겨"=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23일 로턴 위원장이 초대형 허리케인으로 발달하는 열대성 폭풍의 수가 증가한 이유는 지구온난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구 기후변화에 대한 미 관계자들의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로턴 위원장은 허리케인 리타가 미국으로 접근하고 있는 데 대해 "이 일로 미국에서 기후와 관련한 '얼간이'들이 지구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면 정말 끔찍한 상황 속에서 그나마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로턴 위원장은 지구 기후변화라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흡연이 폐암을 일으킨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비난했다.

로턴 위원장은 대형 허리케인의 증가가 지구온난화의 "결정적 증거임이 점점 분명해 보인다"며 "인간에 의해 상당한 정도에까지 이른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고 허리케인의 힘이 거세지고 있다는 것이 적절한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로턴 위원장의 발언에 앞서 이미 미국 내외에서는 지구온난화가 대형 열대성 폭풍을 강화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고 인디펜던트는 덧붙였다.

지난주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도 지난 35년간 허리케인 및 태풍, 사이클론 등의 열대성 폭풍의 수가 늘지는 않았으나 4~5등급의 최강급 허리케인의 수는 급격히 늘어 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디지털뉴스센터.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