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동양증권 합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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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대1비율로 5월 주총서 마무리짓기로>
국내최대의 증권회사인 삼보증권이 동양증권과 합병된다.
합쳐지지 않을 수 없게돼 있다는 표현이 더 옳을지 모른다.
양사는 24일 『삼보와 동양이 1대1의 비율로 합병키로 합의, 필요한 절차를 거쳐 합병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삼보와 동양이 합병되면 자본금 1백60억원의 초대형 증권회사가 되는데 정식합병은 3월말결산이 끝난다음 5월주총에서 마무리 될것이다.
양사는 삼보·동양의 합병이 자본시장의 국제화, 증권업무의 다변화에 대비하기 위한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그것은 일부일뿐 실은 복잡한 사연이 얽혀있다.
삼보증권은 증권계의 「대부」격인 강성진씨가 지난 62년 6월 설립, 20여년이 넘게 증권업계의 수위자리를 지켜오면서 현재 납입 자본금 80억원 규모로까지 커온 대형 증권회사. 지난 7O년대부터는 우리 자본시장의 국제화에도 개척자적 역할을 해내는 등 반석같은 위치를 지켜왔었다.
이같은 삼보증권이 동양증권과 합쳐지게 된것은 사실 그리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연말 삼보증권은 무성한소문속에 주가가 폭락하며 지점의 창구사고에서 비롯된 큰일 하나를 치렀다.
삼보증권은 그 직후부터 「조용한수습」에 나서 강성진사장의 친제인 강성대 부사장이 물러나는 수습인사와 함께 강성진사장이 자신의 사재를 내놓고 한동안 물러 앉아있던 경영일선에 다시 직접나서는 등 그간 원상회복에 온갖 노력을 기울여왔었다.
처음에는 수사기관의 개입으로 삼보의 「큰일」을 일단락 지어버릴 움직임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사상파경의 악용을 겪고 난 재무부 등 정부 당국으로서도, 또한 삼보측으로서도 사건이 더 이상 확대되기를 윈치않아 삼보증권 스스로가 조용한 수습에 애를 써왔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삼보증권 스스로의 재력만으로는 완전한 수습이 힘들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사회적인 사건은 수습이 됐지만 금전적인 손실은 수습이 되지 못한 것이다.
급기야 재무부가 삼보증권의 3월말 결산에 타이밍을 맞춰 사건의 완전한 수습에 발벗고 나서지 않을수 없게 됐고 이에 따라 삼보중권은 자의반·타의반으로 동양과의 합병이라는 자구책을 찾게 됐다.
삼보증권이 해결해야할 금전적인 「손실」은 적어도 4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합병의 길을 택하기로 한 이상 다음 문제는 합병의 상대자를 찾아야 하는데 상대자룔 물색하는 과정에서도 적지않은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력있는 국내 기업그룹 몇몇이 물망에 올랐으나 모두들 손을 내젓는 난산끝에 정책적인 조정이 이뤄져 결국 대우계열 동양증권과의 합병이 이뤄지게 됐다.
동양증권의 자본금도 마침 삼보증권과 똑같온 80억원 규모여서 양사는 1대1 합병에 원칙적인 합의를 봤다.
한펀 삼보증권과 마찬가지로 자의반·타의반 합병을 추진하게 된 대우로서는 별로 달가운 기색이 아니다.
기존의 동양증권이 이미 어느정도 궤도에 올라있는 마당에 굳이 타 증권사를 인수해 확대시킬 필요가 별로 없고 더구나 최근 대한전선의 가전사업 부문 인수와, 아직도·결정을 보지못한 공영토건 인수문제가 걸려있어 그룹의 이미지는 물론 그룹의 자금사정도 고려해야할 입장이기 때문이다.<김수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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