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존화산폭발이 큰 변수|기상자료로 본 올여름 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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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근 미국과 일본등에서 심상치않은 기상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은 3월들어 전국적인 기상비상을 선포할만큼 기상의 피해를 보고있다.
일본기상청은 장기예보를 통해 금년 여름 북일본지역은 예년보다 낮은 기온이 예상돼 냉해피해가 우려되며 서쪽은 오히려 기온이 상승한다고 발표했다.
북반구에서의 여름기상은 식량생산과 직결되므로 단순한 날씨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의 극심한 가뭄을 가까스로 극복했고 80년에는 관측이래최저의 냉애를 경험했던 우리는 올 여름기상이 궁금하지 않을수없다.
국내의 기상자료와 외신을 종합해 83년 여름기상을 풀이해본다.
세계기후가 60년대이후 뚜렷한 변화추세를 보이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세계각국이 전례없는 이상기상에 시달리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욱 82년3월 멕시코의 엘치촌화산폭발은 엎친데 덮친격으로 세계기상을 혼미속에 몰아넣었다.
미국의 해양및 기상청(NOAA)관계자는 『엘치촌화산폭발로 태양일사량의 10%가 감소될 것으로 예측되며 이것은 금년 여름기온을 섭씨l도정도 떨어뜨릴지 모른다』 고 지적한 바 있다.
일본에서도 3월초 화산재가 직달 일사량의 20%를 감소시켜 심각한 피해를 줄지 모른다는 보도가 나왔다.
엘치촌화산재는 현재 성층권에 머물러 적도에서 북위30도사이를 광대하게 덮고 있다.
이 화산재가 완전히 낙하하려면 7년이상이 걸리며 3년간 영향을 미칠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엘치촌화산재는 지구의 4분의 1에 영향을 주고있는데 이미 지난해 5월 일본상공에서 측정되었다.
일본기상청은 엘치촌화산재가 북반구의 고위도에 넓게 걸쳐 있어 일조량을 감소시킴으로써 북극권의 한기덩어리가 쉽게 형성돼 올여름기온에 변화를 줄것같다고 보고했다.
일기상청은 또 남아메리카 폐루해역의 수은이 평소보다 이상상승하는 옐 닌뇨현상이 발생. 기상의 변화요인이 추가되었다고 밝혔다.
엘 닌뇨현상이란 폐루근해 적도부근 해면온도가 예년보다 3∼4도 높아지는것을 말한다.
이 현상이 생기면 엘닌뇨의 반대쪽인 태평양 서북쪽의 북일본은 저온을 나타내는 빈도가 높다는 것이다.
이런 일본의 장기예측은 본래의 기후특성에다 여러 이유를 갖다맞춘 면이 있으나(일본의 북해도 지역은 연래행사처럼 냉해를 입고있다)여느때와는 달리 변수가 많은 것만은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아직은 날씨가 별다른 조짐을 보이고있지 않지만 세계적인 기상변화에 영향을 안받을수는 없다.
금년들어 l월은 예년보다 평균l∼2도 높은 난동을 기록했으나 2월과 3월초에는 예년에비해 0.5∼l도를 밑돌았다.
서울의 경우 l월 평균기온이 영하1.7도로 예년보다 l.8도나 높았으나 2월은 영하1.7도로 0.6도가 낮았다.
강수량은 중부지방에서 예년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으며 영·호남지역도 평년보다 조금 떨어지고있다.
강수량은 82년에는 심한 가뭄의 해였다.
연강수량 (서울) 이 9백49.3mm로 평균강수량보다 4백16mm나 적었다.
즉 봄·여름에 기온은 높고 비는 오지않은 날이 많았던 것이다.
통계적으로 볼때 82년과 같은 가뭄이 2년이상 연속되는 것은 아주 드물다.
강수량과 어느정도상관이 있다고 여겨지는 태양흑점도 올해는 극대·극소기가 아닌 평균적인 해에 해당한다.
여러모로보아 지난해와 같은 가뭄은 예상되지않는다.
냉해는 70년대에 들어 빈발하는 경향을 보이고있는데 뾰족한 대책을 세울수없다는 점이 문제다.
만일 평균기온이 이삭이 나오기직전에 1도이상 떨어진다면 벼농사의 피해가 적지않을것같다.
여기에 화산재로 인한 일사량의 감소도 변수의 하나다.
우리나라의 여름기상을 좌우하는것은 북태평양고기압의 활동인데 아직 그 움직임을 예상하기는 이르다.
지난해는 이 고기압이 예년보다 1개월쯤 빨리 발달하고 약해져 제때에 장마전선이 형성되지 못해 애를 태웠다.
따라서 현단계에서의 예상은 강수량은 부족하지 않을것이나 냉하는 지역에 따라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다.
기상변화는 변수가 많고 국지적으로도 변화하기 때문에 4, 5월에 나타나는 기상요소들을 분석해야 좀더 신뢰성을 가질수 있는 여름기상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장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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