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수시 수학문제 '표절'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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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울대의 올 2학기 수시모집 특기자 전형 수학 문제 중 외국 문제집에 실린 것과 유사한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22일 국회 교육위의 교육인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서울대 공대 특기자 전형의 구술면접 고사에서 나온 수학 문제 3개와 외국 문제집 MOC(Mathematical Olympiad Challenges)의 문제가 같다며 "공대 기출 문제가 모두 MOC 문제를 그대로 베낀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출판된 MOC는 수학올림피아드에 응시하는 과학고 학생이나 경시대회 대비 전문학원이 많이 참고하는 책이다.

정 의원은 MOC의 22쪽에 실린 벡터 관련 문제를 서울대에서 일부만 변경해 1번 문제로 출제했다고 지적했다. 또 서울대의 2번 문제는 MOC의 문제와 같으며, 다만 '수학적 귀납법을 사용해 (증명해)보이시오'란 말만 추가됐다는 것이다. 서울대의 3번 문제는 MOC의 23쪽에 실린 문제 중 '다면체'를 '정사면체'로 바꿔 출제한 것이라는 것이다.

<문제 예시 참조>

이번 수시모집에서 공대 구술면접을 치른 학생은 총 468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156명이 합격했다.

정 의원은 또 "서울대가 이처럼 문제를 베껴내면 결국 특목고 학생에게만 유리하게 된다"며 "교육부는 서울대에 대해 즉각 특별감사를 해 출제 과정의 오류 및 특기자 전형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김진표 부총리는 "서울대에 관련 사항을 통보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서울대는 정 의원의 문제 표절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종섭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공대 면접 문항과 외국 문제집에 나오는 문항이 유사하지만 두 문항 모두 미적분학과 물리학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기초적인 이론에 근거했기 때문에 비슷한 질문이 나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사한 문제가 발견됐다는 것만으로 입시 부정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며 "정 의원이 거론한 책은 지명도가 그리 높지 않아 문제 검토 과정에서 참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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